최종편
21. 유수연
세복이는 거의 매일 커피숍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한 곳에 오래 진치고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오래 앉아 있지는 않았다. 일단 들어오면 화가 난 표정으로, 그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가끔 내게 음료수를 주문하곤 했다.
"자두에이드."
"자두, 지금 없어요."
"사오면 되잖아?"
"자두가 제철이 아니라서요 손님. 다른 건 안될까요?"
"아니 무슨 장사를 이렇게 해?"
"손님한테는 돈 받고 판 기억이 없는데요. 그리고 망한다고 손님한테 책임지란 말 안 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만큼은, 아마 나를 한 대 때리고 싶었으리라.
가끔, 늦은 밤 가게 청소를 할 때 느닷없이 대걸레를 빼앗아들고 직접 청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찌 된 영문인지, 더 이상 내게 달려들거나 내 몸에 손을 대려는 시도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지난 2년 간, 그애는 자제력을 기른 듯했다. 더 이상 전처럼 열정적이고 충동적이지 않았다. 그게 아니면, 이제 친구로라도 남겠다고 자신을 달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정작 나는 나 자신을 달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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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결국, 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믿을 수 없게도, 또 진기의 학교에서 학부형 하나가 세복이를 납치범으로 오해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한 것이다. 급히 가게 문을 닫고 경찰서로 뛰어가면서,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아니나다를까.
세복이는 그때와 똑같이, 경찰을 보며 허허실실 웃고 있었다. 나를 본 그녀는 턱짓으로 나를 가리키며 경찰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봐요. 쟤 동생이 그 학교 6학년이라고요. 난 걔 학원 데리고 가려고 그 앞에 있었을 뿐이고."
"그러니까, 뭐 어쨌든 신고가 들어온 거라서요."
내가 이름과 신원을 대자, 신원조회를 한 경찰은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 3년 전인가, 똑같은 신고를 받고 조사를 했던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그때 본 사람 같고."
맙소사.
물론 그때와 학교도 다르고 신고받은 경찰서도 달랐지만, 하필이면 3년 전 그 당시 그 사건을 접수받은 경찰이 하필이면 여기에 와 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 그분들 맞죠? "
바로 그때 그 경찰관이 세복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 분, 그때 그 학생의 누나라던 그 애인분, 맞으시죠?"
세복이는 눈을 치뜨고 나를 보더니, 싱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두 분 아직도 사귀고 계셨어요?"
웃지 않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경찰서에서 나온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입을 막았다. 반대로 경찰서를 나온 세복이는 계속해서 킥킥 웃어댔다.
결국, 나도 깔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시간이 거꾸로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나를 가엾게 여기신 신으로부터 잠시 즐거웠던 과거를 다시 선물받은 느낌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날씨가 무척 화창했다. 그때 그날 그랬던 것처럼 화창한 날씨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걷는 동안, 내 뒤에서 나를 따라오던 세복이가 갑자기 내 머리에 꽂혀 있던 집게핀을 날랜 손으로 빼 버렸다.
파마를 한 긴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어깨 위로 풀어져내렸다.
당황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대체 왜 그걸 빼 버렸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세복이가 잽싸게 내 볼에 키스했다.
맙소사.
아직도 세복이가 나를 사랑하고 있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