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가을을 좋아한다. 어쩌면 가을이라는 단 하나의 계절을 살기 위해 나머지 세 계절을 정신적인 아사 상태로 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리고 이번 가을은 내 삼십 대의 마지막 가을이다.
간직하고 싶은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걸쳐 매일 한 아이씩 데리고 장미정원과 내 집 앞에 다가온 가을의 정경을 포착했다.
어쩌면 식상해 보일지도 모를 낙엽 더미를 배경으로 주저앉은 시얼샤는 숲 속 산책을 막 마치고 지쳐 주저앉은 시골 소녀처럼 보인다.
홍단의 경우는 정말 극적으로 찍은 사진이라 그런지 주위의 반응도 꽤 열렬한 편이었다. 홍단이 입은 할로윈 의상은 꿀벌의 호피무늬 쟈켓과 더불어 내 최고의 역작이다.
아름다운 사진으로 남은 내 삼십대의 마지막 가을을 떠나보내는 마음은 사실은 울적하고 혼란스럽다.
내 가슴에 어느 새 차가운 겨울의 냉기가 깃들고 있음을 느낀다.
다만 애정을 쏟을 대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나를 잠식했던 냉기는 사진 속 낙엽이 뿜어내는 온기에 다소 누그러진다. 그 낙엽을 배경으로 언제나 침묵과 미소로 모든 애정을 전해오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나의 인형들이 있다.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순간의 아름다움이 오롯이 담긴 사진 속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