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
# 12
다 나이디라는 이름이 붙여진 아이가 강태규 박사의 집에 들어오게 된 사연은 이렇게 대충 정리되었다. 그 다음에 벌어진 시시콜콜하고 소소한 말다툼이나 야단법석에 대해서는 말해봐야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선글러스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사라진 후 남은 네 사람의 남녀 사이에 오갔던 대화를 몇 토막 잘라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은하― 분명히 저 아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어. 너 이게 상식적으로 맞다고 생각하니? 무작정 남의 집에 와서는 이상한 얘기만 잔뜩 늘어놓다가 애하고 돈만 놓아두고 가고. 만약에, 나중에라도 이 애 때문에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아? 가만 있어 봐. 그 사람 강윤 찾아왔었다 그랬지? 그럼 윤이 네가 잘 알겠네. 말해 봐. 도대체 뭐야?
강윤― 내 딸이야.
진호․민효― ........
강윤― 돈은 어떻게 한다? 일단 내가 쓰도록 하지. 아니면(민효를 향해 돈을 들어 보이며)네가 보관하든지.
진호― ........저 아이가 정말 네 딸이야?”
강윤― 물론 아니지.
진호― 아까는 딸이라며?
강윤― 그건 신경 끄라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지. 딸은 무슨 딸이야. 적어도 난 내 물건 쓸 때는 항상 작품 만들지 않도록 주의해서 쓰는데. 누구누구 님처럼 함부로 쓰지는 않지.
민효― 너 지금 그 말 인이........
강윤― 알아 알아. 알았어. 그건 비밀이지? 이중 비밀. 좋았어. 그 얘긴 그만하고. 돈은 네가 가지고 있어(돈을 민효에게 던지며). 네가 갖고 있는 편이 제일 안전할 테니까.
진호― 상황정리 안 되네. 그러니까 네가 사람을 살리려고 했는지 어땠는지 몰라도 뭔가 좋은 일을 하긴 했나 본데. 그 댓가로 어린애를 떠맡다니. 혹시 너, 네 선행의 댓가로 돈을 요구한 거 아니냐? 양육비를 빙자해서......
강윤― 아니, 아니야. 그건 아니지. 난 돈을 요구하지 않았어. 알아듣게 설명해 주랴? 내가 살리려고 했던 사람이 죽었고, 자세한 건 몰라도 그 때문에 아이가 우리 집에 맡겨졌어. 뭐 죽은 사람이 이 애 아빠였는지도 모르지. 내가 받은 양육비는 일종의 계약금 역할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 돈은 아니지. 그리고 내가 살리려고 한 사람은.......그건 그만두자. 왜 그 사람을 살리고 싶었는지 그건 설명할 수 없어. 그건.......
그 소동이 일단락지어진 후 진호와 은하 사이에 오간 대화의 한 토막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진호― 이상해......이중 비밀? 누구누구처럼 물건을 함부로 안 쓴다? 그게 강인을 두고 한 말인가?
은하― 아마 그럴 거야. 인이가 요즘 누구랑 자는지 소문 파다하잖아. 민효도 아까 ‘지금 그 말 강인 두고 하는 말 아니냐’고 말하려다 입 다물었잖아.
진호― 그런가.......난 어쩐지 그 얘기를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이중 비밀이란 말, 이상하게 뭔가 걸리네. 아 정말 저것들이 작당하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뭐야.
은하― 난 이 귀중한 시간에 우리가 남의 문제로 시간 허비했다는 게 더 속상해.
진호― 미안하다. 대신 뽀뽀 일곱 번 해줄게. 됐지?
은하― 능글맞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