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짧은 여행들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긴 여행도 물론 즐겁겠지만(그 고단함을 즐기는 사람들에 한해서),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1박 2일 정도로 짧은 여행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날 유즈를 데려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유달리 그 끝이 서운했다. 해를 넘기면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다. 그런 마음을 넉넉히 감싸안아 주는 바다는 다름아닌 내가 태어난 곳의 바다, 이다. 그리고 모모꼬 유즈와 홍단이 동행했다. 지난 초여름 바닷가에 선나와 꿀벌이 동행했던 대신 이번에는 유즈와 홍단인 셈이다.

어쩌면 이 아이들도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을지도
아니면 서로의 남자친구를 흉보고 있거나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따뜻한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단순하고 간결한 분위기의 사진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오붓하고 정겨워 보인다. 그저 나를 따라나선 것만으로도 좋은 걸까.

마음을 달래는 무미건조한 여행길에서, 이 작은 아이들은 한 조각의 무지개떡 같은 맛과 컬러와 생기를 불어넣는다. 빈 속의 배고픔을 달래듯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언제부터인가, 길을 나설 때면 반드시 조그마한 아이들을 파우치에 담아 챙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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