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찾아드는 권태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긴 여행도 물론 즐겁겠지만(그 고단함을 즐기는 사람들에 한해서), 여행을 즐기지 않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1박 2일 정도로 짧은 여행만으로도 충분하다.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유달리 그 끝이 서운했다. 해를 넘기면 내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이유다. 그런 마음을 넉넉히 감싸안아 주는 바다는 다름아닌 내가 태어난 곳의 바다, 이다. 그리고 모모꼬 유즈와 홍단이 동행했다. 지난 초여름 바닷가에 선나와 꿀벌이 동행했던 대신 이번에는 유즈와 홍단인 셈이다.
많은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하지만 따뜻한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단순하고 간결한 분위기의 사진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오붓하고 정겨워 보인다. 그저 나를 따라나선 것만으로도 좋은 걸까.
마음을 달래는 무미건조한 여행길에서, 이 작은 아이들은 한 조각의 무지개떡 같은 맛과 컬러와 생기를 불어넣는다. 빈 속의 배고픔을 달래듯 마음의 허기를 달래준다. 언제부터인가, 길을 나설 때면 반드시 조그마한 아이들을 파우치에 담아 챙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