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Ⅰ-16

기억을 복사하는 주사위

by Kalsavina

#16




강인이 다 나이디에 대해서 필요 이상으로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럼으로써 그는 민효가 돌려달라고 한 주사위와 다 나이디 사이에 존재하는 모종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고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민효는 ‘그 아이에게는 주사위가 꼭 필요하다’던 그 선글러스 남자의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 다 나이디에게 그 주사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그녀의 잠재적인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녀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강인이 일단 주사위를 찾아 온 다음에나 알게 될 일이었다. 그녀는 강인이 주사위를 다시 찾아오리라고 믿고 있었다. 적어도 민효가 강윤의 이름을 언급한 이상은 분명히 그럴 터였다.

그녀는 쌍둥이 사이에 존재하는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성질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그 이면에 감추어진 채 그들 사이를 오가는 보이지 않는 질투와 경계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똑같은 대상을 사랑했지만, 서로에게 주어진 능력은 각기 달랐고, 그 때문에 자신이 갈구해 마지않는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는 데 대한 부러움을 항상 안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한 뱃속에서 나온 만큼 서로를 지극히 사랑했지만, 그들은 서로가 그 어떤 거울보다도 정확하게 자신을 비추는 거울임을 항상 잊지 않았다.

강인과 강윤 두 사람의 성격이라든가 애정이라든가 인간성이라든가 욕망이라든가 하는, 인간의 본질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성질을 관찰할 때 두 사람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 민효의 결론이었다.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사소한 차이들, 식성이라든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에 임하는 대처 방법이라든지, 관심사라든지, 그런 것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고 다른 게 당연했지만, 두 사람의 의식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민효는 이러한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한 바가 없었지만, 언제나 그녀의 뿌리깊은 정신적 지주였던 쌍둥이의 아버지 강태규 박사에게 꼭 한번 그러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너는 애비인 나도 잘 모르는 내 아이들의 특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구나.”

민효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러나 속으로는, 그걸 단순히 특성이라는 말로 표현해야 할까.....하고 강 박사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되묻고 있었다.

좌우지간 그렇게 쌍둥이 사이에 오가는 질투라든지 경계심이라든지 부러움이라든지 하는 감정들이 모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민효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강인이 설령 그 주사위를 잃어버렸다 한들 ‘강윤의 소지품’이라고 알린 이상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민효는 그 주사위가 어디에 있을지 너무도 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옆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다 나이디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너한테 꼭 필요하다는 그 주사위가 과연 네게 돌아올까?”

다 나이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민효는 일말의 두려움을 느꼈다. 비록 겉모습은 천진한 어린애의 모습이지만, 게다가 벙어리이기라도 한 듯 그녀의 손에 맡겨진 그 날 이후 시종일관 말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 속까지 어린아이가 아님을 그녀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조그만 계집애가 자신을 돌보는 숙녀에게 적의를 품고 있지 않음은 분명했는데, 그것은 그 조그만 계집아이의 검은 눈을 쳐다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적어도, 민효가 강인의 품에 그토록 오래간만에 안겨서 그토록 오랜 시간을 보냈던 그날 밤 이전까지는 적어도 분명히 그랬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 다음 날 아침, 강인은 평소대로 일찍 집을 나갔고, 여느 때처럼 혼자 집에 남은 민효가 늦은 아침을 나이디에게 먹이려고 그녀를 깨우러 부랴부랴 2층으로 올라갔을 때 그녀는 뭔가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 전날 강인과의 사랑 때문에 노곤해진 몸이 간직한 쾌감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자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나이디는 깨어 있었다. 게다가 빨갛게 부은 눈에 원망과 적개심을 가득 담은 눈으로 민효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의아해하면서도 다가가 ‘밥 먹자’는 말과 함께 나이디를 안아 일으키려 했는데, 그 순간 나이디는 작고 가느다란 팔을 들어 민효의 가슴을 힘껏 쳤다.

민효의 놀라움과 충격은 거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나이디의 행동보다도 알 수 없는 원망을 가득 담은 나이디의 눈을 보며 더욱 두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러한 나이디의 태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그 날이 지나기 전에 평소와 다름없는 얌전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민효가 받은 놀라움이나 충격은 그리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럭저럭 다 나이디를 돌보는 동안, 민효는 그녀가 예사 어린애가 아니라고 느꼈다. 모든 점에서 그녀가 이제껏 본 어린애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자신이 돌보아야 할 어린아이에게 자신도 모르게 의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젊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린 아이를 돌보며 받게 되는 일종의 위안감과 흡사했지만 전적으로 같은 종류의 감정은 아니었다. 민효는 말 그대로 다 나이디에게 어른, 특히 그녀에게 자라오면서 늘 필요로 했던 ‘현명하고 사려깊은 어른’ 에게나 보낼 법한 신뢰를 그 작은 아기에게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민효가 나이디에게 주사위의 귀환 여부를 물어본 것은 그저 단순한 농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이디가 고개를 끄덕이자 민효는 주사위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리라고 확신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노릇이었다. 그러나 항상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로 이십 년 이상을 살아온 그녀에게 그 정도 이상한 느낌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친부모가 아닌 양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친형제가 아니지만 친형제보다 가까운 쌍둥이들과의 친밀한 성적 접촉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자랐다. 지금은 숨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강인에게 안기지 않는가. 어느 것 하나 남에게든 자신에게든 설명할 수 없는 일들뿐인데 어느날 느닷없이 자신에게 떨어진 아이가 자신에게 위안과 평정과 남모를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다는 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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