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돈이 없다는 불행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by Kalsavina

자식들의 간식과 학원을 포기하고 본인도 일체의 외식과 레저 등 인간다운 생활을 포기해가며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투자한 상가는 나라가 개입한 "주택보증보험"이라는 사기에 휘말려 속절없이 허공으로 날아 버렸다.

7500원 순두부

아마 부산저축은행이나 동양증권 등 굵직굵직한 부도 사태를 겪었던 분들은 익히 아실 터이지만, 내 어머니 또한 속절없이 파탄난 가정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거듭된 재판 끝에 결국은 승소했다. 그러면 뭐하나. 정체불명의 족속들에게 무단점거 당하고 전기 또한 일방적으로 끊겨 말만 찾았다 할 뿐 찾은 게 아닌데. 재산세는 꼬박꼬박 내면서도 본인 가게 문턱을 못 넘어가 본 게 어언 20년이 되어가는데.

그 와중에도 두 딸을 악착같이 공부시켜 석사로 만들었지만 그 또한 딸들이 줄줄이 시집가고 나니 빛 볼일은 간곳없이 배신의 연속이었으니, 사위들은 처가가 우선이 아닌데 딸들은 시집이 우선이어야 했고 안 그러자니 소박맞아 쫓겨날 일이 전부였고 일찌감치 살길 찾아 도망친 아버지 대신 모든 뒷감당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배신의 연속으로만 점철된 인생길 한가운데에서 지지리 안 풀리는 본인 팔자를 닮아 지지리 안 풀리는 큰딸을 상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화풀이를 해댄 세월도 이제는 길다면 길다. 엄마는 딸에게 딸은 엄마에게 이갈고 으르렁대기를 몇 년인지 이제는 그것도 지쳤으니, 전쟁이 길어지면 휴전이 필연임을 인생 그 자체로 확인하며 오늘도 마주앉아 저녁이나 먹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돈이 있다 하여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으나, 돈이 없다는 건 확실히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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