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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lsavina Aug 05. 2022

37.  돈이 없다는 불행

칼마녀의 테마에세이

자식들의 간식과 학원포기하고 본인도 일체의 외식과 레저  인간다운 생활을 포기해가며 어머니는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투자한 상가는 나라가 개입한 "주택보증보험"이라는 사기에 휘말려 속절없이 허공으로 날아 버렸다.

7500원 순두부

아마 부산저축은행이나 동양증권 등 굵직굵직한 부도 사태를 겪었던 분들은 익히 아실 터이지만, 내 어머니 또한 속절없이 파탄난 가정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거듭된 재판 끝에 결국은 승소했다. 그러면 뭐하나. 정체불명의 족속들에게 무단점거 당하고 전기 또한 일방적으로 끊겨 말만 찾았다 할 뿐 찾은 게 아닌데. 재산세는 꼬박꼬박 내면서도 본인 가게 문턱을 못 넘어가 본 게 어언 20년이 되어가는데.

그 와중에도 두 딸을 악착같이 공부시켜 석사로 만들었지만 그 또한 딸들이 줄줄이 시집가고 나니 빛 볼일은 간곳없이 배신의 연속이었으니, 사위들은 처가가 우선이 아닌데 딸들은 시집이 우선이어야 했고 안 그러자니 소박맞아 쫓겨날 일이 전부였고 일찌감치 살길 찾아 도망친 아버지 대신 모든 뒷감당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배신의 연속으로만 점철된 인생길 한가운데에서 지지리 안 풀리는 본인 팔자를 닮아 지지리 안 풀리는 큰딸을 상대로 서로가 서로에게 화풀이를 해댄 세월도 이제는 길다면 길다. 엄마는 딸에게 딸은 엄마에게 이갈고 으르렁대기를 몇 년인지 이제는 그것도 지쳤으니, 전쟁이 길어지면 휴전이 필연임을 인생 그 자체로 확인하며 오늘도 마주앉아 저녁이나 먹는 것이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돈이 있다 하여 사람이 행복해지지 않으나, 돈이 없다는 건 확실히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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