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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Jan 05. 2021

미안해

매섭게 추운 1월의 어느 날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집 앞에서 담뱃불 붙이는데,

길냥이 하나가 내 옆으로 다가온다.


깜짝 놀라며 외마디 비명을 외치고 순간 정신을 차려

손을 휘휘 저어 앞으로 쫒아 보낸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내게 한번 더 다가오는 그 길냥이를 다시 한 번 더

눈 앞에서 쫒아 보낸다.


내 딴에는 그 어린 길냥이가 담배냄새를 맡고

좋지 않을까 하며 쫒아 보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그 여린 담뱃불에 몸을 녹일까 하고 내 앞으로 다가온

길냥이가 눈에 밟힌다.


집으로 들어와 따뜻한 보일러에 몸을 녹인 난

그렇게 그 길냥이를 하루 동안 잊었다.


오늘 저녁 퇴근하고 혼술 후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

태울까 하며 문 앞에 선 그때, 그 길냥이가 떠오른다.


저녁 먹기 전 문득 본 참치캔 하나가 보인 게

생각나 선반 문을 열어 참치 캔을 호주머니에 챙겨

밖으로 나선다.


내게 다가온 그 아이 배가 고프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다가도 또 내게 다가오면 어쩌지....

어떻게 받아주어야 하지.... 쓰다듬어 줘야 하나....

설마 내가 집 안으로 들여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담뱃불을 붙이고 서 있는데, 어제의 그 길냥이는

코 빼기도 안 보인다.


참치캔 하나를 따놓고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금요일까지 더 추워진다는데...

내일 출근하기 전 보닛이나 한 번 두들겨 보고

출발해야겠다.


밤이 갈수록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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