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ryme Jul 12. 2018

억지로 하루 물 1리터 마셔보니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물을 많이 마셔야 건강하다. 많이 들어본 말이다. 반면에 물을 억지로 많이 마실 필요 없다는 연구도 있다. 대체 어떤 말을 따라야 할까? 


물 많이 마셔야 하는 사람 VS 적게 마셔야 하는 사람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13/2017071301353.html


'하루 물 8잔 마시면 건강해진다'는 건 7대 의학 미신

http://news.joins.com/article/22516147


두 기사를 종합해 보면 '물이 질병을 막아주진 않는다. 꼭 마셔야 한다고 정해진 양도 없다. 기후, 운동, 신체조건, 먹은 음식의 양과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물은 온몸을 돌며 신진대사를 돕는다. 입→목→식도→위→소장→대장을 거쳐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각 장기의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이는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원동력이 된다. 대신 육각수, 이온수, 해양수 등 각종 기능성 물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한다. 

원리주의자들은 차나 다른 음료는 수분으로 쳐선 안된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까지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어쩌다 생수 한 병을 사도 한 모금만 마시고 내팽개쳐두곤 했다. 음식물을 먹거나 커피, 술 등을 마시긴 했지만 순수한 물은 하루에 300ml도 마시지 않았다. 맹물에서 느껴지는 묘한 맛이 싫었다. 별로 목 마르다는 느낌이 없었다. 목이 말라도 어지간하면 참고 넘어갔다. 


음식을 조절하기로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기로 했다. 심각한 탈수증세는 아니었지만 어느 땐가부터 목이 자주 말랐다. 배가 고플 때 물을 마셔보면 '가짜 허기'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물을 마시고 시간이 지나도 배가 고프면 진짜 허기인 셈이다. 

다이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330ml짜리 자(jar). 나는 탐앤탐스에서 공짜로 받았다. 

목표는 정하지 않고 물 마시는 양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역시 구글 keep앱에 적었다. 일단 물을 마시려면 물맛을 극복해야 했다. 레몬 한 봉지를 샀다. 12개짜리였다. 베이킹소다에 굴리고, 소금으로 박박 문지르고, 식촛물에 담가 세척했다. 매일 아침 반을 잘라 슬라이스해 출근했다. 


물양을 쉽게 알 수 있게 330ml 혹은 300ml짜리 생수 세트를 구입했다. 아침에 무조건 한 병 들이켰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일단 양보하기로 했다. 대신 회사에서는 정수기를 썼다. 레몬을 넣으니 한결 마시기 편했다. 

플라스틱이라 죄책감을 느꼈지만 계량하는데 도움이 됐다.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330ml짜리 뚜껑 있는 유리병을 들고 다녔다. 하루에 3~4컵 정도를 마셨다. 순수한 물로만 1리터를 마시는 실험을 24일간 했다. 레몬 반쪽씩 12개를 다 먹고 나니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틱하게 건강해지거나 피부가 좋아진 건 아니다. 


24일이 지나자 레몬 없이도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처음엔 레몬 없는 물은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몬 씻기의 압박에 말린 과일로 차를 우렸다. 그러다 곧 맹물을 마시게 됐다. 지금은 그냥 물을 하루 1리터씩 마신다. 

물을 마시다보니 자연스레 커피를 끊게 됐다. 

물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간경화나 신부전증 환자는 물을 많이 마시면 위험하다. 보통 사람도 식전, 식후 30분~1시간 동안은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소화액의 활동을 막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 나처럼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사람은 의식적으로라도 마실 필요가 있다. 물을 자꾸 안 마시다보면 목 마르다는 몸의 신호를 무시하는 게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물을 많이 마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 


1. 간식을 덜 먹게 된다. 전에는 갈증이 나니 밥을 먹고 난 후에도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 과일은 먹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양은 조절해야 한다. 보통 한 종류로 주먹 반 정도 양을 먹는게 좋다고 한다. 나는 물을 안 마셔서인지 사과 1개, 참외 1개, 체리 10개, 방울토마토 20개 등 양을 지나치게 먹어왔다. 물을 마시면서 과일 양을 권장량 수준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2. 입안이 메마르는 현상이 줄어 피곤함을 덜 느낀다. 물을 마시지 않을 때는 입이 텁텁해 왠지 모르게 짜증나고 피곤했다.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져서 오후가 되면 대화할 때 "목소리에 힘이 없냐"라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는데 물을 마시면서 그런 일이 줄었다. 


3. 커피를 끊게 됐다. 이전에는 습관처럼 커피를 마셨다. 물을 못 마시니 고소한 커피가 마시기 편했기 때문이다. 하루 3잔씩 마시던 커피를 안 마시니 잠도 잘 온다. 이렇게 아끼는 돈이 의외로 크다. 물 300ml 한 통에 280원, 레몬 1개 1000원 (하루치 1/2이므로 500원). 물 마시는데 하루 1000원(물 2통, 레몬 반개) 정도만 쓴다. 아무리 회사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해도 점심 먹고 습관처럼 커피를 사마셨는데 이 돈이 아끼게 됐다. 


물마시기 뿐 아니라 음식중독을 벗어나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사실 어떤 일이든 뭔가를 변화시키려면 조력자가 필요하다. 레몬, 물병, 메모앱이 내게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조력자가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변화시키고 싶다면 상황(물 마시기)을 면밀하게 파악해서 원인을 찾아(물맛이 싫었어) 해결책(레몬을 넣자)을 만들어가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