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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옌롄커)

by 카마

소설의 배경이야기

중국 정부는 중국 인민의 피를 모아 혈장을 만들어 제약회사에 팔면, 중국에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판단하고 가난한 농촌 지역 인민을 대상으로 매혈을 하기로 결정한다. 중국 정부는 1990년 허난성 인민을 대상으로 채혈센터를 구축하고, 매혈할 것을 선전하며, 지역의 공산당 간부를 통해 할당량을 정하고, 혈액을 수집하라는 명을 내린다. 이로 인해 허난성에 모두 400개가 넘는 채혈센터가 설립되고, 그 이상의 사설 채혈센터가 생겨나게 된다. 일부 채혈센터에서 바늘과 솜, 주사바늘 등을 재활용하는 바람에 에이즈가 퍼지게 되고, 1999년부터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다. 허난성에서만 매혈을 한 인민 300만명 중 60만~12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되고 만다.


링링과 딩량의 사랑

링링은 딩량의 사촌 동생의 아내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던 그들은 열병을 매개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인륜과 외적 도덕률에 맞서다 자신들의 사랑을 쟁취하고만 처절한 사랑을 한 그들.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불륜을 긍정해야만 할까? 아니면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과정을 다 제쳐두고 그들을 욕하고 벌해야 할까? 이 소설 속 그 사랑의 비중이 작지 않다. 죽음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사랑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들. 자신의 몸을 바쳐 딩량을 구하고 죽으며 숭고한 사랑을 보여준 링링과 링링이 죽은 후 자신의 몸을 해하며 곧바로 링링을 따른 딩량. 인간은 자신의 생존을 넘어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는 존재다. 자신의 안위와 생존만을 목표로 하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이타적이며 숭고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피눈물 나는 현실의 지옥도에서 인간적 온기를 품으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힘이다.


결코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탐욕

이 소설 속 딩후이는 탐욕의 화신이다. 매혈부터 관 판매, 음혼 주선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욕심과 부를 채우는 과정에서 그 어떤 거리낌과 부끄러움이 없다. 자신의 매혈로 인해 수없이 많은 사람이 에이즈에 걸려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일말의 양심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죽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관을 빼돌려 팔며 돈을 벌고, 죽은 이들의 음혼을 주선하며 집에 다 쟁여 놓기도 힘들 만큼의 부를 축적한다. 인간이 물질적 부귀에만 눈이 멀어 모든 행위가 부를 쌓기 위한 수단이 될 때,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떤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을 읽기 전에 먼저 강한 심장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소설 속 이야기는 정말로 참혹하다. 매혈 과정에서 에이즈가 발생하여, 온 마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치유할 수 없는 죽음을 앞에 두고, 마을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을 위한 악전고투를 펼쳐나간다. 죽음이 집집마다 무수히 내걸리고 마을이 황폐화되어 가는 중에도 사람들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가지기 위해 경쟁하고 싸운다. 공동체 생활에 도둑이 들끓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양식을 모을 때도 기왓장, 돌덩이를 넣어가며 서로를 속인다. 그리고 자신들의 관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의 나무를 모조리 베어 가고, 학교의 책상이며 온갖 기물을 경쟁하듯이 가져간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을 이끌던 리더를 하루아침에 몰아내고, 선동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닌다.

소설 속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딩후이’를 제외하고도 그들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인간 본성의 밑바닥에 있는 이기심과 탐욕만이 인간 본체를 차지하고 말뿐인가. 하지만 딩수이양을 통해 어렴풋하게나마 인간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사심없는 마음으로 열병 환자들의 공동체를 정의롭게 이끌었으며, 아들인 딩후이의 거침없는 악행의 고리를 끊고 아들을 때려죽이면서 단죄했다. 딩수이양을 통해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바른 눈과 공평무사한 태도, 정의 실현을 위해 자신의 혈육까지 끊어낼 수 있는 냉철함이 이 잔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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