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고양이 덕분에 부모의 대단함을 느낍니다.

속 썩이는 아들 딸내미..

by 서집사

말 안 통하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사는 것은

보람되지만 참 힘든 일입니다.

짜증 나고 맘처럼 안 되는 상황들이 참 많죠.

특히 하이(강아지)가 오고 나니 더 그러네요..

어제 새벽 하이가 잠에서 깨어

칭얼대기 시작합니다.

심심했던 건지 배가 고팠던 건지

낑낑대고 나나(고양이)를 쫒아다니며

괴롭혔습니다.

몇 차례 치고박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

노즈 워크를 시켰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더군요.

나나에게 계속 달려들어

어쩔 수 없이 바디 블로킹으로 통제를 했고

1시간 만에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

하이와 나나는 둘 다 사료를 남겼습니다.

나나는 하이가 쫓아다니는 것 때문인지

스트레스로 인해 그런 것 같고

하이는 기본교육을 하면서 간식을 먹다 보니

밥투정을 하는 것 같더군요.

일부러 센 척하며

"안 먹으면 그냥 치워야지.

나중에 배고파야 정신 차려"

라고 말했지만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그렇게 오전 산책을 하고

지친 하이는 잠에 빠져들고

저는 동물들의 잔해들을 치우고

냄새나는 행주를 빨고 나서야

쪽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오후가 되고

점심에 먹일 사료를 준비하는 동안

또 투닥투닥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린 시절엔 사람도 저러는데

동물은 어련하겠거니 하다가도

잠깐 신경 안 쓰면 저러다 보니

머리가 지끈 거릴 정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요..

쫓기는 나나와 그저 신난 하이..


다행히도 하이는

점심은 안 남겼습니다.

다른 집 개들은 사료 투정 때문에

몇 달씩 힘들어하던데

우리 하이는 말은 참 안 듣지만

반나절만에 사료 투정을 멈추고

잘 먹어주니 어찌나 다행인지...

밥을 다 먹고 나니 패드 위에 정확하게

배변을 하네요.

더군다가 며칠간 건강문제로

무른 변만 보던 하이가

드디어 정상적인 배변을 해서

일타쌍피로 기뻤습니다.


장기 휴직을 하면서

집에서 동물들을 키우면서

이렇게 하루에 기분이 널뛰듯

달라지다 보니 요즘은

제가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주부셨던 우리 어머니도 이런 맘이었을까요?


내가 원해서 반려동물을 데려왔지만

같이 살면서 성질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뜬금없이 기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며

바쁘게 하루가 흘러갑니다.


이런 게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었을까요?

아기를 원해서 낳았지만

어린 시절엔 말도 안 통하고

조금 크면 머리 좀 컸다고 말 안 듣고

그럴 때마다 대들고..


개와 고양이 덕분에 우리들의 부모님이

대단하고 훌륭한 사람이란 것을

다 갚지 못할 은혜를 받았다는 것을 다시 상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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