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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집사 Jun 22. 2024

반려견 교육 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1)

지금까지 수직적인 사고에서 수평적인 사고로 반려견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사고로 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충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한 계층형 구조, 상명하복, 예의범절 등이 아무래도 몸에 잔뜩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념은 고대 시대부터 사람이 사람을 효율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 만든 체계이다. 결론적으로 사람만의 법칙이기에 개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내가 개를 키우면서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고??'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면에서 고등한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반대의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개에게 이런 어려운 개념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소 귀에 경읽기일 뿐이다. 이제부터 사람의 법칙을 빼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혼내지 않는 교육에 대한 것부터 시작해 보자. 만약 보호자가 어린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집 안의 가산을 모두 물어뜯는다며 교육을 요청했다고 생각해 보자.

먼저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나는 보호자 교육을 할 때 먼저  '스읍', '안 돼', 코를 때리거나 다리로 밀쳐내는 것 등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교육 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장 밑에 그런 것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서명하게 한다.

반려견 교육의 시작점은 바로 '혼내지 않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평소에 혼내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보호자라면 운이 좋게도 첫걸음을 쉽게 가져가지만, 그렇지 않은 보호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무의자를 다 물어뜯어 놓는데 그럼 어떻게 하죠?" 라며 반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우리 개가 왜 이럴까? 어린 강아지가 이빨이 가려워서 그런 경우가 보통이다. 이 것은 굉장히 흔한 경우고 본능적인 행동이기에 개껌, 오래 씹을 수 있는 장난감 등을 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어린이가 등이 너무 가려워서 긁으려고 하는데 "하지 마!" 하면서 부모님이 뺨을 때린다면 그 어린이는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보통 울음을 터뜨리거나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을까?

설령 어린이의 등에 진물과 피부염 때문에 건드려선 안 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어린이들은 그런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장 본능적인 가려움에 주목한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반려견의 지능, 감정의 영역은 2~3세 정도의 어린아이와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문제는 사람이야 저런 상황이 지나고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부모님이 "그땐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구나..."라고 이야기하면 맥락을 이해하고 부모님과 화해하며 당시의 감정들을 씻어낼 수 있지만 반려견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냥 보호자에 대한 두려움, 잘못된 관계가 형성되거나 트라우마만 생길 뿐이다.

당장 이빨이 가려워서 참을 수 없는 상태기 때문에 그런 본능을 보호자라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감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지, 그런 상황에 분노를 표출하고 밀쳐내고 혼내는 것은 나쁜 선택지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만약에 성견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성견이 되었음에도 집 안 가산을 다 물어뜯어놓는 반려견이라면 그것 외에도 더 많은 요구적 행동 등의 행동이슈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센터에 첫 방문을 하면 현재 삶의 질, 생활패턴, 과거 습관, 건강상태, 집안 환경 관리, 유전적 요인 등 1시간 이상 설문 및 상담을 진행하고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시간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든 행동에만 주목해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강제성을 띄어봤자 스트레스가 다른 곳으로 발산되기 때문에 초반에는 뭔가 되는 것 같지만 결국 그런 교육법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 흐르는 강을 손으로 막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그저 집 안 가산을 부수고 자신에게 매달려 짖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미친개 취급하지 말고 건강상태는 양호한 지, 보호자가 얼마나 개를 외롭게 만드는지 혹은 요구적인 행동 대신 선택해야 하는 행동을 가르친 적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그 무엇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모두 바꿔야 한다.

보호자와 반려견을 반대로 놓고 생각해 보자.

독방에 당신이 혼자서 가둬놓는다고 생각해 보자. 처음에야 일도 안 하고 그냥 자면 된다고 생각하며 좋아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숨 자고 나면 그때부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아닐 것 같은가?

실제로 캐나다에서 Donald Hebb의 감각차단 실험을 통하여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혼자 지내게 한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실험해 보았다.

작은 방 안에 아무런 오락시설, 외부와의 접촉을 금지하고 마지막까지 버티면 300만 달러의 상금, 버티지 못하더라도 200만 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그들은 사전에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건강상의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자들로만 선발되었고, 시간에 맞춰 음식도 알아서 넣어주었다. 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3일까지는 모두 괜찮았다. 3일 이후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이 생겼다. 2명이 실면증* 증세를 보이며 중도포기를 했다.

5일째가 되자 11명이 각자의 이유로 중도 포기를 했다. 어차피 200만 달러의 상금이 있으니 포기도 쉬웠을 것이다.

남은 2명의 참가자는 30일을 버텨냈다. 300백만 달러의 상금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 후 1명은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1명은 자살했다고 한다.

Solitary confinement studies라고 불리는 교도소 독방 감금을 경험한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장기간 독방 감금은 불안, 우울증, 분노, 자살 충동,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연구도 있었다. Harry Harlow의 신생아 원숭이를 어미와 다른 원숭이들로부터 완전히 격리해서 키운 실험으로 고립된 원숭이는 사회적, 정서적으로 결함을 보였고, 다 큰 이후에도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 원숭이, 개 모두 사회적 동물이다. 이 실험을 토대로 반려견이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 짓고 적용할 수는 없다. 어쨌든 사람, 원숭이와 종이 다르고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것을 제공받지 못하더라도 관계가 아예 단절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사회적 동물에게 “관계”가 얼마나 중요하고 어떤 상황이 초래할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관리가 잘 되고 있는 상황, 즉 나름대로 삶의 질도 준수하고 교감도 하면서 지내는데도 불구하고 행동적 이슈를 보일 수 있다.

그런 경우에도 대개 문제는 보호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다. 3화에서 언급한 'Associations between owner personality and psychological status and the prevalence of canine behavior problems'라는 논문의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보호자에 대한 공격성이 높은 반려견의 보호자는 대체로 정서적 안정성 점수가 낮았고, 강압적인 훈련방법과는 연계성이 없었다.
ⓑ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높은 반려견의 보호자는 우울감을 지닌 경우가 많았고, 보호자의 강압적인 훈련과의 연계성이 매우 높았다.
ⓒ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는 반려견의 보호자는 외향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이 낮았고, 보호자의 강압적인 훈련과의 연계성은 높지 않았다.
ⓓ 다른 것을 쫓는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의 보호자는 성실성이 낮았고, 보호자의 강압적인 훈련과의 연계성이 다소 높았다.
ⓔ 에너지를 제어하지 못하는 반려견이 5세 미만인 경우 보호자가 강압적인 교육법을 적용했을 때 더 심해진 경우가 훨씬 많았다.
ⓕ 분리불안 문제를 보이는 반려견의 보호자는 정서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우울감이 높았고, 보호자의 강압적인 훈련과의 연계성이 다소 높았다.
ⓖ 배변문제를 보이는 반려견의 보호자는 우울감이 높고 정서적 안정감이 낮았고 보호자의 강압적인 훈련과의 연계성은 높지 않았다.
ⓗ 짖음 문제를 보이는 반려견은 보호자가 강압적 교육법을 적용했을 때 더 심해진 경우가 훨씬 많았다.
ⓘ 강압적 교육법은 대체로 여성보다 남성이 더 높은 비율로 선택했고, 정서적 안정감이 낮고 우울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강압적 교육법을 택할 확률이 높았다.

친화성 : 호의, 따뜻함을 표헌 / 점수가 낮으면 적대적이고 잔인하고 이기적
성실성 : 신뢰성, 책임감 / 점수가 낮으면 비계획적, 규칙에 엃매이지 않음
개방성 : 새로운 것을 잘 수용 / 점수가 낮으면 보수적임
외향성 : 사교성을 나타냄 / 점수가 낮으면 내향적임
정서적 안정성 : 현재 정서와 직접 관련됨 / 점수가 높으면 안정적, 낮으면 신경질적, 불안, 우울 가능성 높음


결론적으로 강압적인 교육방법, 신경질적으로 혼내는 보호자의 반려견이 높은 경우의 수로 행동이슈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에만 집중하고 순간의 화를 이겨내지 못하는 순간이 반복되면 될수록 문제해결에서는 멀어진다.

강압적 방법, 혼내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보호자도 반려견이 이렇게 했을 때 행동을 멈춘다는 것을 배우고 학습한다. 즉,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끊어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고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날 상담할 때 보호자에게 '스읍' 금지, '안 돼' 금지 등을 이야기하면 계약서에까지 작성하게 해서라도 못 하게 하려는 것이다.

여러분이 반려견 교육을 시작하려고 한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반려견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 오늘부터 반려견이 무슨 짓을 하든 간에 혼내지 않는 연습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오늘의 Key Point!
1. 교육의 시작은 '반려견을 혼내지 않는 연습하기'이다.
2. 사람은 혼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개는 혼나면 공포, 두려움으로 인해 행동을 잠시 멈출 뿐 해결된 것이 아니다.
3. 사회적 동물에게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관계가 단절될 경우 높은 확률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4. 강압적인 교육, 신경질적으로 혼내는 등 잘못된 관계를 가진 보호자의 반려견이 대체로 행동이슈를 많이 보인다.


* 실면증 :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증세. 정신 흥분, 신경 쇠약, 심신 과로 등으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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