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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집사 Jun 21. 2024

욕심을 버리고 반려견과 대화하자

생각의 전환, 수직에서 수평으로! (3)

입양초기 '하이'를 프레임에 가두고 괴롭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나의 욕심이었다. 진심으로 반성을 많이 했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항상 상기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초기 반려가구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나처럼 '트레이너의 반려견'으로서 성장해서 타의모범을 보이는 반려견이 돼주길 바라는 내 기준에서의 원대한 계획일 수도 있고 입양 후 꿈꿨던 반려견과의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

내가 자주 접하는 사례를 정리해 보았다.

저와 함께 침대에서 같이 잤으면 좋겠어요.
자고 있을 때나 쉬고 있을 때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요. 제 스킨십을 거부감 없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산책 때 줄을 당기지 않고 저랑 멋있게 나란히 걸었으면 좋겠어요.
반려견과 함께 매주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거기서 재밌게 놀지를 않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 반려견이 사회성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애견운동장에 자주 데려가고 있는데 맨날 구석에만 있어요. 친구들이랑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둘째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어요. 귀여운 아이들이 2 마리면 2배 더 행복할 것 같아요.
제 반려견은 얼마나 커질까요? 평생 이렇게 작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루에 집을 14시간 정도 비우고 약속도 많아서 개가 분리불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안타깝게도 보통 이런 욕심은 사실 반려견의 본능이나 특성 그리고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다.

하나씩 살펴보자면 침대에서 부대끼며 자는 것을 좋아하는 반려견도 있지만 반려견은 사람과 다르게 수면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13~16시간 정도 수면과 휴식을 취해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휴식을 방해받는 것은 정서에 좋지 않다. 때문에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지 않거나 쉬고 있을 때 가까이 오면 도망가는 것은 반려견이 '나를 그냥 내버려 두세요...'라고 말하는 완곡한 표현이다.

산책 때 줄을 당기지 않고 나란히 옆에서 걷는 것은 사실 교육에 의해서 반려견이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이지 자발적으로 그렇게 걷는 반려견은 거의 없다. 사람은 길을 걸을 때 친구와 옆에서 나란히 걷지만 반려견은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행동으로 실천할 수 없다. 즉, 당신을 무시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못 하는 것이다.

반려견과 여행을 가거나 운동장에 데려가는 것은 반려견이 원하는 것일까? 정말 다른 공간에 가거나 다른 반려견을 좋아해서 재밌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끌려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게 반려견은 낯선 환경이나 낯선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고 긴장하는 편이다. 심한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반려견도 있다. 그런 반려견과 매주 여행을 가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다견가정은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반려견의 입장에서는 낯선 개가 달갑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다가 보호자의 관심은 1/2로 나눠야 되는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로 인한 행동이슈를 보이기도 한다. 보호자도 2배가 아니라 3배는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개에게는 형제애 같은 사람에게 있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처럼 합사가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려견의 크기는 유전이다. 미국 빈민촌에서 영양실조로 고생했던 어린아이가 2m 이상의 키로 성장해서 훗날 NBA (미국 프로농구)에서 활약하는 이야기처럼 밥을 덜 먹이거나 보호자가 걱정한다고 해서 반려견이 안 크는 것은 아니다.

집을 오래 비우는데 반려견이 멀쩡하길 희망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개는 사회적 동물이고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한다. 환경이 그러한데 반려견을 데려온 것 자체가 잘못된 만남이고 욕심의 끝판왕이라고 봐야 한다.


반려견을 데려오면서 상상했던 라이프 스타일이 각자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한 기대감, 욕심은 어느 정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성체이고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자신이 생각한 반려견 라이프를 실행해 보되 반려견의 반응을 잘 살피고 스트레스가 과도하다고 느껴지면 그만두고 대안을 찾는 것이 옳다.

특히 겁이 많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반려견일수록 조치는 빠르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런 반려견이 낙천적인 반려견에 비해 스트레스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현저히 작기 때문에 금방 넘쳐버리기 때문이다.


특별히 대단한 것을 공부할 필요까지 없다. 반려견의 '바디랭귀지*' 중에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바디랭귀지'를 알게 되면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바디랭귀지'를 사용해 대화를 계속 시도했음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저를 만지지 말아 주세요.'

'저는 갑자기 나타난 저 개가 싫어요.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요.'

'저에게 화내지 말아 주세요. 무서워요.'

출처 : 켄달 셰퍼드의 공격성 사다리


하지만 여기서 욕심을 꺾지 않고 계속 자신의 욕심을 관철하고 유지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니 요즘 갑자기 다른 개나 사람을 보고 짖더라니까요! 동네 창피한 줄 모르고!
동생한테 장난감을 양보해야지 으르렁대고 싸우더라고요!
아니 이 놈이 요즘 제가 손만 대면 으르렁대고 물려고 해요.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회사에 다녀오면 집이 아주 난장판이에요. 이 놈이 저한테 복수하려고 그러나 봐요.
아니 이 놈이 자기 똥을 먹더라고요! 그래서 혼냈더니 잘못한 줄은 알아서 겁은 먹는데 계속 먹어서 화가 나 죽겠어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위와 같이 과도한 경계, 짖음, 분리불안, 보호자의 스킨십 거부, 입질, 학습된 무기력증(learned helplessness)* 등의 행동이슈로 이어진다.

그리고 보통의 보호자는 이런 상황이 되면 원인을 반려견에게서 찾는다.

과연 이 상황이 반려견의 잘못일까?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다.

이 모든 상황은 보호자의 욕심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이다. 그 결과에 대해 '건방지다', '배은망덕하다' 등 의인화*까지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반려견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보호자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일단 반려견 건강검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없다면 믿을만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려견은 사람처럼 배은망덕하고 건방질 수가 없답니다.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개에게 투영해서 보시면 반려견이 더 밉게 보일 거예요. 마지막으로 반려견을 어떻게 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그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바뀌어야 하는 것은 보호자님입니다."


욕심은 반려견과 사람의 관계를 어그러뜨리는 가장 위험한 감정 중 하나다. 반대로 이 욕심만 조금 덜어내면 반려견과 가족으로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려견에게 자신의 기대와 욕심을 투영하고 이런 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프레임에 가두기보다 그냥 그들이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면 된다.

또한 반려견과 진짜 가족으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반려견에 대해 공부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대화하고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

저와 함께 침대에서 같이 잤으면 좋겠어요. -> 반려견이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알아서 올라올 것이다. 그때 환영해 주고 만약 그 이후로 안 올라온다면 나의 잠버릇이 안 좋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자고 있을 때나 쉬고 있을 때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요. 제 스킨십을 거부감 없이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 나도 자고 있을 때 건드리면 기분 나쁘니까... 이따가 일어나서 나에게 오면 예뻐해 주자!
산책 때 줄을 당기지 않고 저랑 멋있게 나란히 걸었으면 좋겠어요. -> 산책 때 줄을 너무 당겨서 힘드네. OO아 나랑 호흡을 맞춰 걷는 방법을 가르쳐줄 테니 같이 해볼래?
저희 반려견이 사회성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애견운동장에 자주 데려가고 있는데 맨날 구석에만 있어요. 친구들이랑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 OO 이는 다른 반려견을 좋아하지 않는구나! 괜찮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줄게!



오늘의 Key Word!
1. 대개 사람의 욕심으로 인해 반려견의 행동이슈가 생겨난다.
2. 반려견과 진짜 가족이 되고 싶다면 바디랭귀지 공부부터 시작해 보는 것을 권한다.
3. 겁이 많은 반려견이 대체로 낙천적인 반려견보다 스트레스를 담는 그릇이 작다.


* 반려견 바디랭귀지 : 반려견의 만국공통어로서 현재의 감정상태 등을 신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학습된 무기력증 :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학습하여, 이후에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으면서도 그런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극복하려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현상을 뜻한다.

* 의인화 :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 인간적 특색, 특히 정신적 특색을 부여하며 인간과 견주어 해석하려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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