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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집사 Jun 13. 2024

반려견 보호자의 리더십에 관하여

생각의 전환, 수직에서 수평으로! (1)

이제부터 겁 많고 짖음, 과흥분 등의 행동이슈를 보이는 나의 반려견 '하이'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세부적으로 말해볼까 한다.

혹시 겁이 많은 반려견을 키우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반려견을 교육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보호자의 생각전환'이다.

그중 첫 번째로 이야기해 볼 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호자의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다.

누군가는 "그냥 빨리 교육방법이나 알려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보호자와의 연결과 교감을 통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며 스스로 옳은 것을 선택하게 하는 교육에는 지름길이 없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집이 금방 무너지는 것처럼 빨리 가려고 할수록 오히려 반려견과의 관계는 망가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 보자.

조직체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의 역량. 지도자로서 그 조직이 지니고 있는 힘을 맘껏 발휘하고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을 말한다.

과거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는 보통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되면 "나를 따르라!" 정신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따르는 자들은 "이게 맞나?" 싶은 상황에서도 그냥 따라간다. 그러다가 잘못되면 보통 남 탓을 하는 리더들도 많아서 분통을 터트리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리더가 설령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더라도 직책, 나이, 역할 등 리더로서 수직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나 정도의 나이만 되더라도 이런 문화에 익숙하고 묵묵히 따랐다.

하지만 이제 세대가 바뀌었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소위 ‘MZ세대’에게는 이런 리더십은 꼰대문화라고 불리며, 최근 조직사회에서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고 그런 문화를 잘 수용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수평적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조직을 잘 이끄는 것은 순전히 리더의 능력과 역량에 달렸다.


반려견에게 적용되는 리더십은 어떨까? 조직체를 반려견과 보호자를 포함한 반려가정, 지도자를 보호자 혹은 교육을 이끄는 임시 지도자인 트레이너로 단어만 바꾸면 된다.

"반려가정을 이끌어나가는 능력과 역량, 반려가정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보호자 혹은 트레이너의 자질"이 된다.

과거에는 화합과 단결보다는 그저 반려견이 사람을 잘 따라야 하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구조였다.

그 행동이 하기 싫더라도 사람이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밥을 굶어야 하고 번식의 기회를 잃어버리며 가혹한 초크체인 등의 도구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현재는 동물에 대한 연구와 인식의 발달을 통해 수평적 리더십을 지향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려견의 바디랭귀지, 행동교육 이론, 반려견 행동에 대한 연구결과, 동물권의 발달 등이 많이 보급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반려견과 소통하며 잘 키워내고 싶은 보호자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강압보다는 보상기반의 교육을 택하는 보호자와 트레이너가 많아졌다.

사람의 조직문화처럼 수직적 리더십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우리 개는 행동이슈가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당장 발등에 불똥 떨어졌는데 어느 천년에 행동이슈를 해결하겠냐..."라고 말한다.

이 말은 '리더'가 자신의 조직이 돌아가는 꼴이 영 맘처럼 안 들어서 화가 나서 이제부터 그냥 찍어 누르고 강제로 따라게 하겠다며 통보하는 것과 같다.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청천벽력이라고 느낄 것이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반려견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거나 마이너스라는 것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The Welfare Consequences and Efficacy of Training Pet Dogs with Remote Electronic Training Collars in Comparison to Reward Based Training' 연구 논문에 의하면 강압적인 트레이닝 기법과 보상기반의 트레이닝 기법을 통해 가르치게 했을 때 행동이슈를(대체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쫓아가며 흥분하는 행동이었음) 해결하는 데 걸린 시간은 거의 동일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강압 기반의 트레이닝을 당한 개는 교육 간 스트레스 반응을 많이 보였고 실험 후 검사에서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오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연구논문 'Associations between owner personality and psychological status and the prevalence of canine behavior problems'에 따르면 보호자가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나 강압적 교육방식은 문제행동, 반려견의 정서적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직접, 간접적인 요인이 된다는 결과도 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반려견에게 있어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 반려견에게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보호자의 반려견은 겁이 많고 일상 스트레스가 높은 반려견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반려견일수록 스트레스를 달고 살기 때문에 낙천적인 반려견에 비해 수직적으로 찍어 누르는 것에 현저히 취약하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보다 반려견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훨씬 쉽다.

사람은 각자의 자의식과 고등감정,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두뇌가 있지만 반려견은 보호자에게 먹이, 물, 생활공간 등을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람보다 생각과 감정의 폭이 현저히 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A와 B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통해 산책 시 다른 반려견을 보고 짖는 경우를 살펴보며 둘 중 어떤 리더십이 좋은 리더십이라고 느껴지는지 생각해 보자.

A는 짖는 현상에 주목했다. 그리고 짖는 것은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자신도 조금 창피하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자신의 뜻에 반하는 것이기에 강제로라도 짖는 것을 멈추게 만들 것이다.

B는 왜 짖는지 이유를 생각하고 자신이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반려견이 30m 정도 거리까지 다른 반려견이 접근하면 짖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것을 토대로 B는 다른 반려견을 먼저 발견하고 30m까지 접근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자신의 반려견을 유도한다. 짖는 상황이 생기지 않았기에 짖음을 멈추게 할 필요도 없어졌다.

이에 따라 반려견이 느끼는 것은 어떨까?

A의 반려견은 다른 동물에 대한 경계심, 자신이 가진 본능대로 행동한 것이다. 하지만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저기 보이는 개보다 당장 내 옆에 있는 A가 자신의 경동맥을 조르고 있다. 살고 싶다면 그저 따라야 한다.

B의 반려견은 갑자기 돌아서 지나온 길을 다시 가자고 하는 보호자에게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앞에 보이는 개를 발견한다. 아직 거리가 있기에 저 개에게 접근하거나 짖기보다 합리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보호자를 따르기로 택한다.

애초에 짖음은 공격적인 신호가 아니라 자신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바디랭귀지다.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B처럼 대처하고 그러한 경험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면 반려견은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보호자를 따른다.

이번엔 초인종 소리에 짖는 반려견을 키운다고 생각해 보자.

A는 이번에도 현상에 주목했다. 초인종 소리가 들릴 때 짖는 반려견 때문에 민원이 들어올까 두려워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페트병에 동전을 넣어서 흔들라고 해서 해본다. 그래도 안 돼서 그냥 바디블로킹을 가장한 폭력으로 밀쳐내고 혼을 낸다.

B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초인종의 건전지를 빼거나 인터폰의 전원을 끄고 현관문 앞에 이렇게 써붙인다. "반려견이 겁이 많아서 문을 두드리거나 앞에서 큰 소리를 내면 짖습니다. 배달음식이나 택배는 문 앞에 놔주시고 노크하지 말아 주세요." 이번에도 선제적인 조치를 통해 관리해 준 것이다.

반려견의 생각이나 반응은 어떨까?

A는 두려움의 신호, 경계 등의 이유로 짖음을 선택했지만 보호자의 발차기가 날아왔다. 더 맞고 싶지 않다면 물러나야 한다.

B는 아무 생각이나 반응이 없다. 왜냐하면 어느 순간부터 초인종 소리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어떤 리더십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

당신이 반려견이라면 어떤 보호자 혹은 트레이너를 따르고 싶을까?

우리는 반려견이 스스로 따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은 철저히 보호자 (리더)의 역량과 자질에 달려있다.

당신이 능력과 별개로 보호자라는 위치를 이용하는 꼰대 같은 리더가 되고 싶은지 능력 있고 반려견이 스스로 따르게 하는 역량을 갖춘 보호자기 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생각을 바꾸자! 반려견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 스스로 바뀌어야 이 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

역량을 갖춘 보호자가 되고 싶지만 당신이 이런 것을 공부하기 어렵고 시간조차 모자란다면 믿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유한다.


오늘의 Key Point!
1. 수직적 리더십보다는 수평적 리더십이 반려견에게 훨씬 효과적이다.
2. 반려가정의 화합과 단결을 이끄는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능력과 역량이다.


* 코르티솔 :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 통찰자 :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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