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찾아 떠난 4년 간의 여정 (2)
정신을 차린 나는 '하이'의 강제적인 교육과 사회화를 중단했다.
욕심을 버리고 아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으며 속도를 전적으로 '하이'에게 맞추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것만으로도 '하이'는 자정적으로 도시생활에 적응해 가며 주변이 조용한 새벽 시간정도엔 여유 있게 산책을 하며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볼 정도까지 성장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성을 띄던 나의 교육방법은 '하이'에게는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는 것을..
그 후 여전히 자극에 취약한 '하이'를 위해 같은 사례를 찾아보고 좋은 교육방법이 있는지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는지 확인했으나 국내에는 그런 자료를 참고할만한 리포트나 레퍼런스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하이'정도의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해결되었다.', '저렇게 했는데 이제 잘하더라.' 같은 이야기뿐... 이미 다 해보고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많았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근거도 부족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믿을만한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나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도 상위의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일석이조인 셈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첫 스승님을 만났다. 그분은 해외에서 공부하고 트레이닝 활동을 했던 경험 많은 분이었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교육 기간 동안 나는 내가 지금까지 했던 교육방식과 '하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도 정말 몇 년 만에 만나보는 드문 경우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세심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까지 내가 진행했던 교육에 대해 잘못된 점과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확실히 잡아주셨다.
나는 그분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R+(Positive Reinforcement, 긍정강화)* 가르치는 방법을 모른다면 그 교육을 맡으면 안 된다.', '인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는 그분의 신념은 지금도 나의 반려견 교육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교육이 끝난 후 나는 가르침대로 '하이'와 호흡을 맞추는 것을 부단히 연습했다. 나의 니즈와 필요에 의해 '하이'를 교육하며 행동을 통제하고 컨트롤하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하이’의 시선에서 니즈와 감정을 고려하며 나와 반려견의 연결을 단단하게 하는 교감과 동반성장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것을 위한 노력, 내가 시도한 방법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 장에서 자세히 설명할 예정)
이는 불과 3주 정도 지난 후부터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나와 ‘하이’ 연결이 단단해졌는지 약한 자극정도는 나에게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지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일상생활하는 데 있어서 조금만 조심한다면 문제가 없는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하이’가 아니라 사실 나의 역량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의 역량을 더욱 키우기 위해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의 신뢰도 높은 웹사이트의 연구논문이나 사례를 찾아보며 혹시라도 '하이'같은 반려견은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찾아보며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그리샤 스튜어트'의 BAT 교육을 접하게 되었다. BAT는 Behavior Adjustment Training의 약자로 반응성에 대하여 반려견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도를 주되 원하는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게 환경을 설정하고 트레이너는 개입을 최소화하고 원하는 행동에 보상하는 형식의 교육법이다. 나는 이 교육법에 매료되어 인증 과정까지 완료했고 '하이'에게 조금 더 높은 자유도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을 추가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하이‘는 내가 행동을 통제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시킬 때보다 훨씬 편안해져서 사람이 좀 있어도 그냥 지나가고 공사장 근처를 무리 없이 지나갈 정도로 여유로워졌다. 나와의 연결과 교감을 강화하여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방법이 '하이'에게는 맞는 옷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강한 자극에 의한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은 해결되지 않는 난제였다. 동물병원에 들어가서 촉진 정도만 받는 자극에도 '하이'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처럼 무른 변을 보았고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토를 했다.
혹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한 것은 아닐까 하여 여러 일반 임상동물병원에서 검진과 진료를 받았지만 건강상 문제는 없었고 내가 성향에 대해서 이런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 수의사들은 '소심하면 그럴 수도 있죠.' 라며 넘어가곤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괴로웠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자 해답을 찾아 다시 망망대해를 떠도는 여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다 2024년에 템플 그랜딘의 '동물과의 대화'라는 저서를 읽으며 환경적 요인, 교육의 문제뿐 아닌 뇌와 같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더 깊은 다른 요인에 의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반 임상동물병원이 아닌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보며 그 분야에 식견이 높은 사람에게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행동진료만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을 찾아갔고 최종적으로는 '범불안장애'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는 교육과 함께 약물을 통한 치료를 통해 '하이'를 케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반려견의 건강, 환경, 타고난 유전적 문제, 후천적 경험 등을 파악하며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셈이다.
만약 내가 '하이'에게 욕심을 계속해서 부렸다면 아마 나는 도태된 반려견 트레이너가 되었을 것이다.
자기 반려견조차 어쩌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보호자와 반려견을 교육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나의 반려견 덕분에 지난 4년 간의 정답을 찾아다녔고 그 여행 덕분에 '하이'뿐 아니라 나 또한 성장했음을 느끼며 너무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오늘의 Key Point!
1. 행동이슈로 인한 교육 시 건강문제에 대한 확인이 우선되어야 한다.
2. 스트레스에 취약한 반려견일수록 억지로 통제하는 교육으로 인한 화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3. 반려견 트레이너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행동이슈는 다른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을 도모해야 하며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며 몇 주~몇 달을 붙잡고 있다면 이미 틀린 길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R+, Positive Reinforcement : 국내에서는 긍정강화로 번역되어 인식되고 있지만 이는 오역이다. 스키너 박사의 조작적 조건형성의 사분면 중 하나로 보상을 기반으로 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