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집사 Jun 15. 2024

서열론과 의인화의 위험성

생각의 전환, 수직에서 수평으로! (2)

이 글을 작성하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개의 서열'이라고 검색을 해보았다.

가장 위에 뜨는 지식백과 글은 개의 투쟁에 의한 서열정리, 힘의 논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고인용에 쓰인 책이 무려 2004년 발간된 책이다.

아직도 반려견에게 서열이라는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수직적 리더십에 의한 반려견 교육과 서열이론, 의인화는 맥을 같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화에 언급된 수직적 리더십과 함께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주제인 서열이론이 얼마나 케케묵은 이론인지, 그것으로 인한 의인화가 얼마나 불합리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전히 반려견의 행동이슈 특히 공격성* (Aggression)을 보이면 서열이 정립되지 않아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생각에서 파생되는 '오냐오냐해서 기어오른다!', '사람 음식을 나눠주면 버르장머리 없어진다.', '나를 얕잡아 봐서 이빨을 드러낸다.', '산책줄을 물어뜯는 것을 보니 반항심이 가득하다.' 등 다양한 의인화*의 오류도 범하고 있다.

 '알파독' 이론, 우위성 이론으로 많이 알려진 서열이론은 무려 1940년대에 주목을 받은 이론이다.

늑대 2마리를 포획하여 한 공간에 두고 했던 실험에서 '늑대끼리의 서열이 형성되더라!'라는 결론을 냈고 정설로 여겨지며 이를 근거로 한 연구와 뒷받침하는 논문이 나왔다. 그런데 3~40년 정도가 지나서 이 실험에 오류가 있었고 그에 따른 결론 또한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류를 요약하자면 먼저 자연 상태에서 형성된 서열로 보기 어렵다는 것과 늑대와 개는 1만 년 넘도록 서로 다르게 진화해 왔으므로 늑대와 단순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자는 늑대와 개의 유전자가 99% 일치하는 것을 예로 들며 서열론을 주장하지만 그런 것으로 치면 사람과 침팬지류의 유전자도 비슷하게 일치하는데 생활, 생각, 습성이 모두 다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1970~80년 대에 들어서 실혐의 오류와 실제 야생상태에서의 늑대, 개를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 늑대와 개 모두 서열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두 종 모두 가족 위주의 무리를 구성하고 가장 강한 수컷이 모든 자원을 차지하지도 선점하기도 않았다. 심지어 서열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연구하고 논문을 내며 '알파독'이라는 단어를 창시해 낸 데이비드 마치 박사는 향후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과거 출판했던 책도 더 이상 출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자신의 과오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여전히 '알파'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우리나라 전반에 퍼진 서열 이론의 잔재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열이 문제가 아니라면 어째서 입질이나 공격성을 보이는 걸까?

보통 입질이나 공격성 문제를 보인다며 나를 찾아오는 반려가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빗질, 발톱정리, 목욕, 양치, 산책줄 착용 등 반려견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상황일 때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반려견이 애초에 그런 것을 하는 동물이냐는 것'이다. 반려견은 애초에 빗질, 양치, 발톱정리, 목욕, 산책줄 착용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 혹은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반려견은 그런 것을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초기 가르칠 때 인도적인 방법으로 반려견의 속도에 맞춰 차근차근 진행했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은 주먹구구식으로 하거나 안아서 하거나 반항하면 "스읍" "스읍" 하면서 억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보통 반려견은 바로 스트레스 시그널을 보내고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더 이상 이 참을 수 없게 되는 순간 입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입질을 하는 순간 보호자가 관리하는 것을 멈추면 거기서 반려견은 '나의 보호자는 이 정도로 표현해야 멈추는구나!'라고 학습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이후에는 낮은 단계의 스트레스 시그널로 표현하지 않고 바로 입질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고 하는 반려견이 되는 것이다. (아래 그림 '켄달 셰퍼드의 공격성 사다리' 참고)

즉, 이는 서열에 의한 것이 아닌 사람이 반려견의 의사표현을 알아듣지 못 해 생긴 두려움과 좌절감으로 인한 것이다.


우리 집의 예시를 들어보면  반려견 '하이'는 16kg이고 반려묘 '나나'는 3kg다.

체급이 깡패기 때문에 아무리 고양이가 싸움을 잘하더라도 진짜로 싸움이 붙었을 때의 결과는 뻔하다.

하지만 '하이'가 먹는 우유에 '나나'가 접근하면 '하이'는 바로 물러난다.

그럼 '하이'가 '나나'보다 서열이 낮은 것 아니냐고? 반대의 상황인 경우에도 결과는 같다.

또한 '나나'와 '하이'는 서로 먼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굳이 가서 뺏으려 하지 않는다.

서열이 있다면 진작에 둘 사이에 서열전쟁이 일어나야 하고,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물어 죽였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아이들에게 특별하게 잘 지내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가정에서 자정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협의하고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열이 아니라 동물의 시그널을 잘 살펴야 한다.

반려견은 보통 투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바디랭귀지를 사용하여 의사를 표현하고 길게는 몇 달에 걸쳐 불편함을 표시한다. 그러다가 그것이 통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쩔 수 없이 투쟁을 선택하는 동물이다.

출처 : 켄달 셰퍼드 수의사의 공격성 사다리 / 반려견의 감정발달을 표현한 표
'오냐오냐해서 기어오른다!'
'사람 음식을 나눠주면 버르장머리 없어진다.'
'나를 얕잡아 봐서 이빨을 드러낸다.'
'산책줄을 물어뜯는 것을 보니 반항심이 가득하다.'

서열이론이 잘못되었으니 당연히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의인화 또한 잘못된 명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를 토대로 개의 감정에 경멸, 멸시, 죄책감, 수치심, 긍지 등의 2차적 감정은 발현되지 않으며, 1차원적인 감정들 정도만 발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때문에 사람의 논리인 반항심, 버르장머리, 얕잡아 보는 것 등의 생각은 할 수가 없다.

만약 당신의 반려견에게 행동이슈가 있다면 트레이너를 잘 선택해야 한다.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서열의 잣대를 통한 의인화로 당신을 설득하고 목줄을 잡아당기고 발로 반려견을 차며 교육하려 한다면 즉각 중지하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들은 인도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당장 무언가는 보여주기에는 수직적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더 수월하기에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방법은 당장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으며, 앞으로 점점 사라질 것이다.

목줄을 잡아채서 두 개 이상의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거나 반려견을 발로 차는 등 고통을 수반하는 교육방법은 유럽, 미국 일부 주에서는 고소를 당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며, 향후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문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또한 제8조에 도구, 약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하고 있으나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중 학대행위의 금지 항목 중 '동물의 사육, 훈련'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현재 2020년대를 살고 있다. 과거와 달리 수많은 좋은 연구를 통한 결과가 보급되었고 이로 인해 과거의 악습들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지고 그에 따라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 글을 보고 나 또는 나와 같은 방법으로 교육하는 트레이너가 틀렸다며 언성을 높이는 자들에 대해 반박할 생각도 논쟁할 생각도 없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이며, 우리는 각자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제할 수 없다.

그저 보호자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긴 반려견들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알리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수직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쉽고 수평적 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나도 최초 반려견 트레이닝에 입문할 당시에는 초크체인을 활용하는 교육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그때의 습관, 생각을 완전히 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부디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있어 '폭군'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의 Key Point!
1. 서열이론 (알파독 이론, 우위성 이론)은 1940년대 구닥다리 이론이며, 이미 연구가 잘못되어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진 이론이다.
2. 반려견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인화해서 반려견을 바라보는 순간 문제해결에서 오히려 멀어진다.
3. 강압적인 교육방법 또한 점점 사라져 갈 구시대의 유물이다.


* 공격성 (Aggression) : 보통 두려움, 먹이 등의 자원을 지키기 위해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반려견에게 '공격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개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바디랭귀지를 사용하여 불편함을 수 차례 표시했으나 그것을 무시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력행사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의인화 : 인간 이외의 존재에게 인간적 특색, 특히 정신적 특색을 부여하며 인간과 견주어 해석하려는 경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