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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Sep 01.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8)

스무 살에 다시 시작한 공부

애매한 신분이지만 설레었던 새 출발                                                  

  실제로 대학에 머물렀던 시간은 4개월가량 되었지만 2005년 3월에 운동을 그만두었기에 대학교에서는 1학기가 막 시작되는 시기였습니다. 운동을 그만두는 결정을 빨리 했던 것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는 이로운 결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일반학생처럼 학교를 다니려고 보니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설기만 했습니다. 운동은 그만두었지만 학적에는 축구부로 남아있었기에 신분도 애매했고, 이미 O.T 등으로 무리를 지은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같은 과였던 소위 '아웃사이더(학부생활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을 의미)'인 학생과 가까워져 밥도 같이 먹고 할 수 있었습니다. 철학, 심리학과 같은 강의를 들으며 운동에만 갇혀있던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교양강의를 들으며 '이런 교양과목을 공부하는 곳이 대학이라서 대학에 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일반학생으로서의 대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학기지각 결석만 하지 말자 

  뒤늦게 시작한 운동에서 차이를 좁히기 위해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성실함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지각, 결석은 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행히 1학년 때는 교양과목 위주여서 중, 고등학교 시절의 학습결손에도 불구하고 강의 내용들을 상당 부분 이해하며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의를 듣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공부하는 습관과 방법적인 지식이 필요한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앞에 큰 벽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물어볼 사람도 없어 막막했지만 처음이니깐 포기하지 말고 과제는 제출하는데, 시험은 치르는데 의의를 두며 나름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한 첫 학기는 지각과 결석 없이 해야 하는 과제와 시험을 빼먹지 말고 하자는 다짐과 함께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부모님의 지원 속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등록금이었습니다. 2005년 320만 원 수준이었던 대학 등록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등록금을 지원해주셔서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지만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몇몇 강의를 제외하면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비싼 등록금이 아까웠습니다. 게다가 특기생으로 입학하였기에 운동과 병행할 수 있도록 야간학부로 편성이 되어 대다수의 수업도 저녁에 개설되는 강의를 들었는데 막차로 인해 강의도 대부분 일찍 끝나거나 학교의 행사가 있을 때는 휴강도 잦았습니다.


  학교시설물도 많이 사용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니는 학교에서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 한 권에 만 원 정도 하니 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읽으면 등록금을 뽑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날부터 학교 수업이 시작되기 전 미리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까지 통학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 걸렸기에 다 읽지 못한 책을 빌려서 통학시간에 읽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기도 편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자기 계발서 위주로 읽었습니다. 자기 계발서를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실천하지 않으면 삶이 변하지 않기에 당시 제 삶에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이 시기에 읽었던 책들이 향 후 제 삶에 극적인 변화를 이끈 사고의 전환에 거름이 되었습니다.


  '지각 결석만 하지 말자'는 다짐과 '등록금이 아까워 시작한 책 읽기', 축구선수에서 일반학생으로 극적인 변화 후 새로운 삶에 시작으로는 작아 보이는 이때의 결심과 행동들이 저를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게 하는 작은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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