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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Sep 07.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9)

학점 3.23으로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다.

우울했지만 조금씩 물들어 가다.

  운동을 그만둔 첫 학기는 새로운 출발의 설렘도 있었지만 우울했습니다. 특기생으로 들어와서 신분은 특기생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어정쩡한 상태였고 일반학생 친구들도 사귀지 못해 소위 말하는 ‘아웃사이더‘가 되어 넓은 학교에 주로 혼자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야간학부로 편성이 되었기에 다른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놀러 다닐 시간에 학교에 있다는 사실과 수업을 마치고 맞이하는 어두움은 제 인생에 드리운 먹구름 같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신앙을 회복하여 청년부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한 것이 영적, 심리적, 관계적 측면에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운동할 때는 훈련과 시합으로 잘 나가지 못했던 예배에 잘 참석하며 청년부에서 만난 형, 누나, 친구들과 좋은 사귐을 가지며 상한 마음이 회복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년부라는 새로운 집단에 소속되어 집단생활이었던 운동부 생활을 그만두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소속감의 상실로 인한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에 특별한 도움을 받거나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대학생으로서의 삶에 물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였기에 힘들고 우울했지만 그런 감정을 극복할 수 있는 친밀한 교제와 나눔 그리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교회누나들과 친해져 친구와 함께 누나들이 다니는 학교에 놀러 가서 구경도 하고 밥도 먹으며 더 좋은 대학과 환경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되었습니다. 

 

도전과 성장의 씨앗, 달콤했던 작은 성공을 맛보다.     

  그렇게 1학년 1학기를 마무리하고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평균학점은 3.23점,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70점 정도 되는 수준의 성적이었습니다. 목표가 ‘지각, 결석만 하지 말고 과제 내고, 시험 보자’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점수였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학기 석차가 200명 중 18등이었습니다. 평점 3.23인데 상위 10%의 성적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놀고 대학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에 입학한 후 해방감을 마음껏 느끼며 학업보다는 쉬운 말로 놀고먹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함께 입학했던 동기들이 너무나 잘 놀아 주었기에 낮은 점수로 상위 10%의 성적을 받게 된 것입니다.

      

  경기대학교는 성적순으로 ‘진’ 장학생 100%, ‘성’ 장학생 70%, ‘애’ 장학생 25%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저는 ‘애’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다음 학기 등록금의 25%인 약 70만 원 감면을 받았습니다. ‘지각, 결석만 하지 말자’는 목표로 시작했던 1학기에 운이 좋게도 장학금이라는 성취의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운도 따랐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지각, 결석하지 말고 과제 내고, 시험 보자'는 작은 목표를 실천했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장학금을 받았다면 '운이 좋았네'라며 넘어갔겠지만 '사소하지만 일관된 노력'을 실천한 결과였기에 다시 시작했던 공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사소하지만 일관된 노력'에 '운'이 더해져 얻은 작은 성공 경험은 스무 살 새롭게 출발했던 제 삶을 변화와 성장으로 이끈 도전정신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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