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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희 Aug 28. 2020

스무 살에 은퇴한 축구선수, 잘 살고 있습니다.(7)

Part2. 스무 살 이른 실패를 딛고

Part 02_스무 살이른 실패를 딛고

스무 살설레지 않아도 괜찮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4년 11월, 경기대학교로 들어가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신입생은 10명, 총인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는 규모였고 축구부의 명성이나 실력은 체육대학으로는 나름 유명한 학교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탁구, 씨름, 배구 등 전국 최상위권 운동부에 밀려 학교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지 못해 숙소도 학교 밖에 허름한 건물에 위치하여 학교 내에 있는 운동장까지 10분 넘게 걸렸기에 처음 학교에 갔을 때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시절 우여곡절도 겪었고 이제 대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전보다 더 확고한 목표를 갖고 성실히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학교에 가보니 신입생 10명 중 5명은 장학생, 5명은 비 장학생이었습니다. 비 장학생이었지만 실력으로는 내가 위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4학년 경기에도 종종 출전하며 인정을 받았습니다.     


  2005년 1월부터 2월까지 40일간의 전지훈련을 가게 되었습니다. 중간의 설 명절에만 잠깐 쉬고 계속해서 부산, 남해, 창원 등을 도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을 했기에 실력으로 인정받고 프로선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했지만 다시 막내가 되어 궂은일은 도맡아 해야 하는 상황에서 4학년 선배들과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또 긴 전지훈련 기간 동안 큰 이모부가 돌아가셨지만 장례식도 가지 못했고 꼭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축구로 먹고살 수 있을까

  성인이 되었기 때문일까요. 여러모로 제한되는 운동부의 삶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습니다. 거기에 과연 이 학교에서 잘한다 한들 ‘축구로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 자녀의 물음에 아무것도 답하지 못하는 아빠가 되면 어떡할까?' 이 전에 스스로에게 던졌던 축구선수의 삶에 대한 질문이 아닌 인생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 머리에 가득했습니다. 선수가 되겠다는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정진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으니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짧다면 짧은 4개월 간의 대학 축구부 생활을 끝으로 축구를 그만두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스무 살이 되자마자 인생을 걸었던 그 길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축구선수로서의 성공만을 꿈꾸었기 때문에 축구를 그만둔 그 순간 저는 완전한 실패를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저의 결정에 모든 사람들이 만류하였지만 어린 시절이었는데도 무언가 결정을 하면 그 뜻을 쉽게 굽히지는 않았고, 제 결정에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처음에는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셨으나 특기자 대학진학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서인지 고등학교 때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시지는 않으셨고, 7년 동안의 짧았던 축구선수로서의 경력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가장 죄송한 것이 저의 진학을 위해 애써준 고등학교 감독님과 운동을 채 시작하지도 않고 그만두어 경기대로의 진학이 막혀버린 후배들입니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지만 그 당시 많은 고민 속에서 오롯이 제 자신만 생각을 했고 고민했고 결정을 했습니다. 성인이 된 후였기에 선택에 대한 책임도 지겠다는 태도에 부모님께서도 아쉬워하셨지만 결국 제 뜻에 동의해주셨고 새로운 삶을 응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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