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꿀팁,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 그리고 3A 좌석.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갈 때도 미니밴을 이용했다. 이번 챕터에서는 빠이 터미널 이용법부터 좌석 추천, 그리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실수까지, 나의 경험을 탈탈 털어 공유해 보려 한다.
빠이 Prempracha 버스 터미널
이곳은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넘어왔을 때 하차하는 곳이자,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갈 때 이용하는 메인 터미널이다. 빠이의 중심 거리에 있고, 역시 터미널답게 오갈 때마다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떠나는 날에는 비가 내렸는데, 궂은 날씨에도 많은 외국인이 미니밴을 이용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빗줄기가 점점 더 굵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승객들의 짐을 차곡차곡 싣는 기사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고로 이곳 현지인들은 어지간한 소나기가 아니면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보슬비나 이슬비 정도는 그냥 맞고 다니는 게 이들의 문화인 듯했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건 기사님들의 태도였다. 도시의 무뚝뚝하거나 거친 운전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곳 Prempracha 소속 기사님들에게선 몸에 밴 친절함이 느껴졌다. 짐을 다뤄주시는 손길이나 안내하는 말투에서 묻어나는 그들의 '다정함' 덕분에, 여행의 시작과 끝이 훈훈하게 기억될 수 있었다.
터미널 한쪽에는 비나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대기 공간이 있다. '간이 정류장'이라 불러야 할 만큼 소박한 시설이지만, 쉴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기대가 없으면 만족도 큰 법이니까.
Prempracha 예매 방법 : 오프라인 vs 온라인
1) 오프라인 예매 (현장 구매)
- 가격 : 150밧
- 준비물 : 현금, 여권(신분 확인용 지참 필수)
- 터미널 입구의 조그마한 매표소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내가 갔을 땐 주로 현지 분들이 이용하고 있었지만, 영어로 된 안내문이 잘 되어 있어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원하는 좌석을 지정할 수도 있다.
2) 온라인 예매 (비대면)
- 가격 : 150밧(기본) + 수수료 = 총 198.4밧
- 미리 원하는 좌석(지정석)을 확보할 수 있다. 나는 확실한 J(계획형)가 되고 싶어 수수료를 감수하고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한국인 여행자 대부분은 온라인 예매를 선호한다.
치앙마이와 달리 빠이는 시골이라 그랩, 볼트 같은 교통 호출 앱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숙소 샌딩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터미널 앞에서 대기 중인 택시 기사님과 흥정해서 이동해야 한다.
해가 떠 있을 때 터미널 근처에 가면 기사님들이 열정적으로 호객을 하는데, 나는 호기심에 무모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볼트 부르기'.
사실 이건 치앙마이에서 빠이로 막 도착했을 때 겪은 일이다. 안 잡힐 걸 알면서도 시도했는데, 기적처럼 배차가 되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기사님은 내가 있는 곳이 아닌 10분이나 떨어진 엉뚱한 곳에 정차하더니, 다짜고짜 자기가 있는 쪽으로 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짐도 많고 초행길이라 못 가니, 제가 있는 곳으로 와주세요"라고 사정했음에도 요지부동. 결국 체념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대며 근처로 이동하는 사이, 기사님은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해버렸다.
그 기사님이 오라던 곳에 도착한 후 취소된 사실을 알았을 때의 허탈함과 짜증이란... 5년 전에도 느꼈지만, 이렇듯 종종 무례한 기사를 마주하거나 빠이에서 교통 호출 앱을 이용하는 건 정신건강에 해롭다. 부디 숙소 샌딩을 이용하거나, 터미널 앞 대기 기사님과 잘 흥정해서 편하게 이동하길 바란다.
...
다시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야 하니, 출발 1시간 전 멀미약 복용은 필수다. 7일 전 치앙마이에서 챙겨 둔 태국 멀미약을 다시 꺼내 먹었다. 노란색의 작은 알약이라 삼키기 쉽다. 난 멀미가 심하지 않아 1알만 먹었지만, 평소 차멀미가 심하다면 2알을 추천한다.
전에 '치앙마이 → 빠이'편에서도 다뤘지만, 중요한 내용이니 좌석 추천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
내가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날엔 승객이 많았는지, 최고의 명당인 '기사님 옆 조수석(1A)'은 이미 매진이었다. 하루이틀 전쯤 확인해 봤는데, 발 빠른 누군가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고민 끝에 차선책으로 3A 좌석을 선택했다.
- 1A : 시야가 탁 트인 최고의 명당(빠른 매진 주의)
- 2A, 2D, 2E : 세 좌석이 붙어 있어 다소 좁고 답답할 수 있음.
- 3A : 조수석만큼은 아니지만, 앞 공간이 탁 트여 있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음.
실제로 앉아보니 3A는 꽤 훌륭했다. 조수석을 못 구했거나, 멀미가 심하지 않거나, 키가 커서 무릎 공간이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어쩌다 보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자리, 무난한 자리, 가장 안 좋은 자리를 모두 경험해 봤는데, 확실히 좌석 선택이 여행 컨디션을 좌우하는 것 같다.
...
돌아갈 때도 중간 휴게소에 들렀다. 올 때 들렀던 곳과는 다른 곳이었지만 분위기는 비슷했다. 관리 상태는 아쉽지만 5밧을 내야 하는 유료 화장실, 그리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비싼 간식들.
번외로, 가다가 웬 허허벌판 같은 곳에 잠시 정차하기도 했는데 나와 같은 여행자가 탔다. 자다가 깨서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치앙마이로 가는 경로 중 어느 한 간이 정류장인 듯했다.
3시간의 대장정 끝에 드디어 치앙마이 아케이드 2 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차할 때 기사님께서 내 핑크색 캐리어를 기억하시고 환한 미소와 함께 건네주셨다. 역시 태국 기사님들은 마지막까지 '쏘스윗'했다.
올 때보다 긴장을 덜 해서인지, 기절하듯 자면서 왔더니 눈 깜짝할 새 도착해 있었다. 빠이 가는 길이 악명 높은 '762개 커브길'이라 험난하긴 하지만, 멀미약과 좋은 좌석(1A 혹은 3A)만 있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치앙마이 근교 여행을 고민 중이라면
겁먹지 말고, 떠나시길.
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어제(금요일) 발행 예정이었던 회차가 지연되었습니다. 못다 한 금요일 이야기는 돌아오는 월요일(12월 1일)에 추가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리며, 오늘도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