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이의 취향을 마시다.

레몬 에이드 커피와 요거트 한 컵이 알려준 느림의 미학.

by 나들레



빠이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나흘은 같은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단골이 된 탓인지, 카페 입구에 'Tribal Coffbread' 간판이 보이자마자 여직원은 늘 "안녕하세요~ 오늘은 무슨 음료 드릴까요?" 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곳은 내가 애정하던 로컬 국숫집 바로 옆에 있었다. 커피로 하루를 열고 국수로 이어가기도 했고, 국수로 배를 채운 뒤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게스트 하우스와 함께 운영해서인지 손님은 현지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았고, 그 덕에 사장님과 여직원의 영어 실력은 아주 능숙했다. 메뉴판에도 영어가 병기되어 있어 주문은 수월했다.




111.jpg 혼성 게스트 하우스도 같이 운영하는 곳으로 숙박도 가능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나무 마룻바닥과 목재 중심의 소박한 인테리어였다. 에어컨은 없었지만,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적당히 시원했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가 나를 오래 머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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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첫 방문 때 앉았던 의자가 조금 불편했다. 스프링이 빠졌는지 삐걱거렸고, 아래를 살펴보니 쿠션은 거의 사라지고 낡은 방석만 덧대어 있었다. 순간 '이거 분리수거장에서 주워 온 거 아니야?' 싶었지만, 곧 '그래, 여긴 빠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선 뭐든 조금 부족해도 그게 오히려 매력이니까 하며 그저 적응하기로 했다.


카페 한 편에는 데님・패브릭 의류와 아기자기한 잡화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소재가 좋았고, 디자인도 감각적이었다. 처음엔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며칠 다니다 보니 지름 욕구는 자연스레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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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자주 보았던 메뉴 중 하나는

'과일 + 커피' 조합이었다.


오렌지 커피 레몬네이드 커피처럼 과일을 섞은 커피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결국 나도 그중 하나를 마시게 되었다.


첫날 메뉴판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일 때, 여직원이 활짝 웃으며 "이게 신메뉴인데 정말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하고 권한 것이 레몬네이드 커피였다, 사실 나는 한국에서도 아샷추(복숭아 아이스티 샷 추가)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망설여졌지만, '한번 경험해 보자' 하고 주문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레몬의 상큼함과 에스프레소의 담백함이 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깔끔한 뒷맛을 남겼다. 너무 달지도 너무 쓰지도 않은. 미묘한 그 중간 어딘가. 잠시 의심했던 시간이 후회될 정도로 맛있었다.


가격은 90밧, 한국 돈으로 3,600원. 빠이 로컬 카페 기준으로 비쌌지만, 그 맛에 충분히 만족했고 가끔 떠오르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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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빵'이었다. 직접 구운 수제 빵이 진열대에 가득했는데, 오후에 가면 인기 있는 빵은 이미 동이 났다. 특히 마늘빵은 늘 품절이라 결국 다음 날 아침 일찍 가서야 맛볼 수 있었다. 한입 베어 물자마자 "아, 이래서 다들 그렇게 찾는구나!" 싶었다.


내 숙소 사장님조차 "그 집 빵 진짜 맛있다"라고 인정할 정도로, 빵순이라면 빠이에서 꼭 들려야 할 곳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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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 옆에는 자주 들렀던 요플레 가게가 있었다. 입구에 'Yogu Yogu'라는 귀여운 타이포그래피와 노오란색 얼굴을 가진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이곳은 수제 요거트와 생과일주스 전문의 테이크아웃 가게였지만, 가게 앞에는 자연 속 작은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지만, 그늘진 나무 아래에 앉아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곱디고운 새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여기에 앉아 있는 내가 정말 궁금했는지 노크도 하지 않고 달려온 곤충들의 합석에도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마침, 혼자라서 외로웠는데, 그들과 함께 그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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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하나에 55밧, 과일 두 가지를 섞었을 때의 가격이었다. 한 가지 과일만 선택하면 5밧이 더 저렴했다.


수제라 그릭 요거트처럼 꾸덕꾸덕했고, 매번 사장님께 오늘 가장 좋은 과일 조합을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 '망고 + 패션프루트+ 요거트'는 상큼함의 정석이었고, '딸기 + 바나나 + 요거트'는 부드럽고 든든한 맛이었다. 벤티 사이즈 컵에 듬뿍 담겨 나와 간단한 한 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마실 때마다 느꼈던 건, 그 컵 하나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빠이의 느긋한 공기를 그대로 담아 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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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인기가 좋다 보니, 길을 걷다 보면 특유의 캐릭터가 그려진 컵을 든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들과 같이 나도 마지막 날에는 이곳의 컵을 손에 쥔 채 빠이의 거리를 걸었다.



그때 달콤한 요거트 한 모금은
이곳과의 작별 인사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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