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햇살, 밤의 불빛, 그리고 빠이의 맛.
낮에는 햇살이 너무 뜨겁고 sticky 한 공기에 눌려, 거리를 걷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둑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해가 완전히 기울면, 이 거리는 빠이에서 가장 활기찬 명소로 변한다.
하지만 2019년에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의 빠이는 관광지라기보다 '여행자들의 임시 거처' 같았다. 비포장 흙길 위로 오토바이가 수시로 지나갔고, 매연과 모래 먼지가 섞여 숨 쉴 때마다 목이 까끌까끌거렸다.
게다가 밤이 되면 더욱 무질서했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상황에도 자유로이 흡연하는 사람들, 방목된 큰 개들까지 마구 뒤섞여 있었다. 불 켜진 상점은 드물었고, 어쩌다 환하게 불 켜진 상점에 가도 다수의 상인은 불친절했다. 기대했던 야시장은 활기 대신 피로로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여기가 배낭여행 성지라고? 나랑은 안 맞는 곳이네."
그럼에도 꼬불꼬불한 산길을 세 시간이나 되돌아가야 했기에 며칠 더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다시 찾은 빠이는, 정말 180도 아니
365도 달라져 있었다.
거리는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었고, 상점들은 감각적이고 생기가 넘쳤다. 그렇게 무뚝뚝했던 상인들은 언제나 친절했고, 거리를 걸으며 흡연하는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게 진정한 여행자 거리지!' 조명 아래를 걷는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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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디저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이번에는 기본 로띠에 달걀을 추가한 '로띠+에그'를 주문했다. 가격은 20밧, 한국 돈으로 약 800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착한 가격이었다.
반죽을 얇게 펼쳐 달걀을 올리고, 네모난 모양으로 접은 후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그 위에 달콤한 연유를 촤~악! (너무 달콤해서 먹지 않았지만, 여기에 초콜릿을 추가한다면 뉴델라 로띠가 될 터였다.)
치앙마이보다 물가 시세가 낮아서인지 빠이 로띠는 싸고 맛있었다. 한입 먹자마자 기억 속 그 맛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인기 만점 맛집이라 10분 정도 줄 서야 했지만, 기다릴 가치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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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넘치는 야시장을 둘러보던 중,
지도 앱에 Duang Restaurant를 검색했을 때 여전히 '영업 중'이라는 표시를 보는 순간, 오랫동안 잊었던 고향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가움이 밀려왔다. 이곳은 5년 전 우연히 들른 식당이자, 코로나 후폭풍마저 꿋꿋하게 이겨낸 강인한 식당이었다.
직원들의 태도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그게 또 이곳의 정체성 같았다. 메뉴는 비건부터 해산물, 고기 요리까지 다양했고, 영어 설명과 음식 사진이 있어 주문도 어렵지 않았다.
나는 채소가 듬뿍 들어간 메뉴를 골랐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신선한 채소와 간이 딱 맞아 그릇 바닥이 보일 만큼 싹싹 긁어먹었다.
곁들인 내 최애 LEO 맥주는 시원함 그 자체였다.
"캬~~~ 커~억!"
나도 모르게 그만. 다행히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스탠드 강풍기와 천장 선풍기가 돌아갔지만, 곁에 있던 더위도 맥주 한 병이면 싹 날아갈 만큼 시원했다. 기본에 충실한 식당, 여행 중 한 끼로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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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Burger Shack PAI에서 맛볼 수 있는 버거는 비쌌다. 기본 버거만 250밧, 약 만 원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한입 베어 문 순간, 값어치 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폭신폭신한 버거 번에 살살 녹는 두툼한 패티, 데리야키 풍 달콤한 소스, 야채 식감과 쫀득한 치즈 풍미의 조화까지. 수제버거의 교과서였다.
이전엔 "동남아에서 햄버거를?" 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이번엔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이 맛이라면 '동남아에서 먹는 햄버거'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 번외로 치앙마이든 빠이든 음료 없이 음식만 주문하면, 대부분 "How about drinks?"라고 되물어보는 점이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빠이는 작은 음식 하나, 낯선 문화 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곳이었다.
빠이는 '배낭여행자의 성지'이자 '여행자의 무덤'이라 불린다. 누군가는 잠시 머물다 떠나고 누군가는 영원히 눌러앉는다는 말처럼, 두 번 방문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자유롭고 개성 있는 분위기를
갈망하는 여행자에게,
이곳이 그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잠시 늦어졌지만, 빠이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지난주 발행 예정이었던 글을 금일(월요일) 추가로 올렸습니다. 늘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