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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May 18. 2023

오늘도 도서관에 갑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장소 

도서관에 일주일에 한 번씩 간다. 예약도서나 희망도서가 들어왔다는 문자가 오면 중간에 한 번 더 가기도 한다. 내가 10년간 다니고 있는 구립도서관은 개관하던 때부터 다닌 곳이다. 처음에 비해 책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깨끗하고 편리해서 너무 좋다. 이 도서관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 원래는 걸어 다니는 위치에 살고 있다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갔다. 이사 간 구의 도서관을 검색해 보니 몇 군데 뜨긴 했지만 책이 많지 않고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해 익숙한 이 도서관에 계속 다니고 있다.


얼마 전 도서관에 갔더니 10주년 행사를 하고 있었다. 벌써 그 도서관에 다닌 지 10년이 됐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정문 앞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여 이벤트 행사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내가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 시기와 이 도서관이 개관한 시기가 거의 비슷하다. 결혼하기 전에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었는데 아이 낳고 키우면서 멀어졌던 내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시기도 10년쯤 된다. 책을 읽고 감동하고 마음을 치유하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지금은 책 읽기가 조금 시들해졌지만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보고 싶은 책이 있을 때마다 일주일에 두세 번도 갈 만큼 빠져있었다.

개관 10주년 행사 중인 도서관


도서관을 이용하고부터 집에 책이 쌓이지 않아서 좋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싶은 책만 가끔 구입한다. 그런데 그런 일도 몇 번 해보니 그 책을 다시 읽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읽고 싶을 때 다시 빌리면 된다. 신간 외에 다양한 책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다. 도서관이니 절판되어서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책들도 있다. 또 희망도서 서비스도 있어서 원하는 신간을 신청하면 새 책을 제일 먼저 볼 수도 있다. 한 달에 3권까지 가능하다. 조금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희망도서가 비치되었다는 문자가 온다. 도서관이 개관한 지 10년이 되니 웬만한 책은 거의 다 구비되었다.


첫째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남이 보던 책을 극도로 싫어하고 본인의 책도 꺾이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고 읽는 아이였다. 하는 수 없이 그 많은 책들을 다 사서 읽었지만 둘째인 아들은 도서관의 책도 잘 읽었다. 중학교 때 학원을 다니다 말다 하고 다른 아이에 비해 게임에 그다지 몰입하지 않아선지 시간이 많았다. 내 책을 빌리면서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도서 몇 권을 빌려다 주었더니 단숨에 읽었다. 그 뒤로 일주일에 한 번 갈 때마다 아이 책을 빌려다 주었더니 당시 도서관에 있던 청소년 도서는 거의 다 읽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고부터는 어떤 책이든 어렵지 않게 금방 읽어냈다. 그 후에 조금 난이도가 있는 좋은 책들도 많이 읽었다. 책을 읽고 뭔가를 써내는 일도 쉽게 한다. 남편도 내가 빌린 책들을 훑어보고 가끔 보고 싶은 책을 가져다 읽기도 한다. 내가 도서관에 다니고부터 가족들도 책과 가까워진 거 같아서 좋았다.


난 대학교 시절부터 도서관을 좋아했다. 학과 공부엔 영 관심이 없었지만 공강 시간이나 별다른 일이 없을 때 도서관에 갔다. 오래되고 희귀한 책들을 찾아내는 일이 즐거웠다. 책장의 냄새도 좋았다. 도서관의 책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 냄새들이 좋았다. 오래된 책의 빛바랜 종이의 질감도 좋았다. 책장의 가장자리 쪽이 조금 더 누렇게 변한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 만지면 바스러질까 걱정될 정도로 오래된 책도 많았다. 과거의 누군가가 봤을 그 책들을 보면서 같은 책을 바로 그 장소에서 빌려 읽는 사람들끼리의 유대감 같은 것을 상상하기도 했다. 잘 알지 못하는 작가들의 책을 꺼내 조금씩 읽어보고 발견하는 게 즐거웠다.


그 당시에는 책 뒤에 카드가 있어서 이름과 날짜를 적고 사서에게 직접 빌리는 시스템이었다. 책을 찾을 때도 지금처럼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검색되는 게 아니라 열람카드가 가나다순이나 알파벳순으로 되어 있어서 그 카드에서 열람번호를 찾아 적어 책을 찾으러 갔다. 거의 35년 전 이야기다.


중앙도서관의 5층에는 사람이 적고 한적해서 자주 앉아있었다. 공부를 한 건 아니고 소설책을 읽거나 뭔가를 끄적거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한적하고 아름다운 도서관 5층에 앉아 책을 읽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지하 열람실에는 시험 공부한다고 친구들과 같이 갔는데 거의 매점에서 수다 떠는 시간이 더 길었다.


사실 내가 아는 도서관은 이렇게 두 군데밖에 없다. 다른 도서관에는 관광지처럼 한 두 번 가본 게 다다. 두 군데지만 그 두 곳을 아주 많이 갔다. 앞으로 한 번 더 이사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하철역이 가까운지 병원이 가까운지 뿐만 아니라 큰 도서관이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는지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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