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하루에 대하여
계약만료. 계약직 퇴사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슬픈 사실을 깨달았다.
난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
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야 행복했다. 릴스와 쇼츠만 보다 하루가 다 흘러도 내가 할 일은 없으니까. 아직은 정정하신 부모님 아래라 책임질 일도 딱히 없었다. 결혼을 한 것도, 자식이 있는 것도, 당장의 대출이자가 숨 막히게 쌓인 것도 아닌. 남들이 청춘이라 부르지만 정작 본인은 애매한 시기를 걷고 있었다.
너무도 좋은 회사를 떠나기가 아쉬웠다. 업무량은 많았지만 같이 힘을 낼 동료들이 있어 행복했다. 서로를 도우며 스포츠 경기 하나를 잘 헤쳐나가며 점수를 내는 한 '팀'의 의미가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아쉬운 마음, 감사한 마음이 한 데 엉켜 마지막 즈음엔 펑펑 울었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나와 일해서 행복했단 말을 지금도 마음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내 자리는 육아휴직을 쓰셨던 분의 자리이고, FM처럼 일을 처리하신다던 '일잘러' 선생님의 자리였기에 내가 들어설 곳은 없었다. 다른 분들은 아쉽다며 관장님과 면담이라도 해보지 그랬냐며 물었지만, 늘 예산 문제로 어려워하던 어른들 사이에서 '아직 덜 큰' 어른인 내가 감히 그 말을 하기에는 혀가 무거워 좋은 인사치레만 하고 나왔다.
퇴사 이틀째 되던 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서울에 올라왔다던 지방 본가의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사람이 싫어 퇴사를 했고, 퇴직금으로 두어 달 쉬고 있던 차였다. 난 일을 못해서 우울했는데. 친구는 아닌 것 같았다. 버스와 기차는커녕 택시를 타고 다니는 호사를 누리는 걸 보면, 나와 페이 자체가 달라서 그런 걸까. 내가 돈이 아쉬운 걸 수 있겠다.
늘 북적이던 단체채팅방이 조용했다. 차가 막힌다, 오늘도 일이 많다, 피곤하다, 하는 직장인들의 푸념 사이에 내가 설 곳은 없었다. 내가 무어라 말하면 그들에게 부러운 사람이었고, 그들도 내게 마찬가지였다. 스스럼없이 포지셔닝된 사람들 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지 꿈에서도 출근을 했다. 출근을 못해서 안달이 난 꿈이었다. 정작 일할 땐 빨리 쉬고 싶어 했으면서 막상 쉬게 되니 온몸에 좀이 쑤시는 기분이다.
아무도 날 찾지 않는다.
카톡에 광고만 줄줄이 늘어선다는 말은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알람이 울려도 누구인지 궁금하지도 않다.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우울했다. 연휴라고 본가에 내려가 일주일이 넘도록 쉬기만 했다. 말이 휴식이지, 그냥 무의미한 생물로 지내다 온 기분에 온몸이 축 늘어졌다.
아무도 날 찾지 않아. 내가 그만큼 무능력한가? 난 사회인인가. 1인분이란 뭘까. 왜 쉬어도 된다고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쉼 없이 달려온 바람에 어떻게 쉬는 줄도 모르는 걸까?
그나마의 일상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손으로 글을 써봤다.
왜 불안한지
왜 피곤한지
왜 힘든지
왜 우울한지
왜 누워만 있는지
적고 보니 얼추 보였다. 그리고 내가 미뤄왔던 일들도. 차일피일 미루던 것들을 오늘은 조금씩 해결을 보려 한다.
처음에는 '브런치 작가'로서 등단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으스댔다. 부업으로 굴려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을 것 같았지.
하지만 이곳은 수요와 공급이 철저하고 명확한 '글 시장'이었고, 그 사이에서 나를 꽃피울 자신은 없는 것 같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여기까지 읽었다면.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좋아요도... 한 번 부탁드리는 마음이다.
인기순위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걸 보고 싶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