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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가 공부에 집중하는데 왜 중요할까?

집행 기능의 효율적인 활용 방법

우리 뇌는 하루 동안 수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뭔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사소한 일들입니다. 예를 들어 메일함을 열어봤을 때 어떤 것이 확인을 해야 하는 중요한 메일인지, 어떤 것이 삭제해야 하는 스팸이나 광고 메일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확인을 해야 하는 메일을 열어서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느라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만약 질문이 담겨있어서 적절한 답변을 해야 하는 메일이라면 더욱 많은 생각을 해야 하므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겁니다. 메일뿐만 아니라 카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변하는 일이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블로그, 카페 등 SNS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답글을 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입니다.      

일상에서 이런 사소한 선택과 결정을 많이 하다보면 쉽게 피곤해지거나 정신이 멍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무기력증이 생기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뇌의 '집행 기능'을 혹사시켰기 때문입니다. 집행 기능이란 우리 뇌의 총사령관이라 불리는 '전두엽(외배측전두엽피질, 배측전대상피질)' 부분에서 다양한 과업을 통제하고 조정하며 사고와 감정, 행동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집행 기능에는 '오늘 무슨 옷을 입을까?'와 같은 의사 결정과 '먼저 병원에 갔다가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야겠다.'같은 계획, '가족 행사에서 친척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려면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야 해'같은 단기 기억이 포함됩니다.      


집행 기능이 하는 일 중에 중요한 것이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버릇 없는 말을 하며 떼를 쓰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참거나, 상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더라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억누를 때도 집행 기능이 사용됩니다. 강의나 코칭, 상담,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전화벨이 울리거나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들리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하던 일에 집중하는 자기 통제도 집행 기능에 해당됩니다.      


집행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 만큼 정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내거나 소리 지르지 않기, 평정심 유지하기, 건강에 좋은 음식 고르기, 충동구매 하지 않기, 상대방의 허점을 파고드는 기술 사용하기, 주가 하락 시에 즉시 팔지 않기, 소음이나 방해음 무시하기 등은 집행 기능을 사용하게 만들어서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집행 기능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자기 통제력이 떨어져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중이라고 할 때 아침 식사 후에 올라온 과일, 점심 때 친구가 건넨 컵케이크, 저녁 식사 후의 디저트 등을 모두 거절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집행 기능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밤에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스크림 통을 껴안고 마구 퍼먹게 되는 것입니다. 가수나 연기자, 라디오 MC, 프로 강사들이 생방송 무대가 끝난 후에 극심한 공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치우는 것도 집행 기능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자기 통제력이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집행 기능을 위한 정신 에너지는 용량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들때문에 에너지가 고갈되면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동기에는 큰 정신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미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기 때문에 의욕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우리의 정신 에너지가 과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소개합니다.      


미네소타대학과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연구팀은 한 집단에게는 학점 이수에 필요한 강의를 선택하게 하고, 다른 집단에게는 강의 목록을 훑어보라고 했습니다. 두 집단은 실질적으로 같은 일을 한 것이지만 한 집단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고, 다른 집단은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잠시 후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의 정신 에너지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두 집단 참여자들에게 15분 후에 치를 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대기실에서 비디오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잡지를 읽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실험 결과 강의를 선택했던 집단은 약 8분 30초만에 공부를 포기한데 반해 결정을 하지 않은 집단은 약 11분 동안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같은 연구팀이 진행한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들을 강의의 수업 방식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한 집단에게는 결정을 하도록 했고, 다른 집단에게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잠시 후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퍼즐 과제를 풀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결정을 내렸던 집단은 퍼즐을 푸는 데 약 9분을 썼지만 결정을 내리지 않은 집단은 약 12분 30초를 썼습니다. 위에 소개한 두 가지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자기 통제력이 감소해서 과업을 수행하는데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학습 전문가들은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자기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것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자기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뇌과학적으로 볼 때 자기관리를 꼭 해야만 하는 이유는 공부와 관련이 적은 것들에 집행 기능이 필요한 정신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데 필요한 정신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공부에 집중하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모든 일은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며, 우리의 정신 에너지는 용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정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공부를 하기 전에는 가능한 그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적인 피로를 줄이고 집행 기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침에 일어나면 뇌가 사소한 결정들을 하느라 지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일부터 합니다. 둘째, 하루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중요한 결정'과 '창의적인 일', '기타'로 나누고, '기타'에 속하는 일들은 가능한 점심을 먹고나서 한가한 시간이나 이동 중에 합니다. 셋째, 이메일이나 문자, 카톡, SNS 등의 메시지에 회신하는 것을 오후 중 1시간으로 제한합니다. 넷째,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전날에 몇 가지 결정을 미리 내려 놓습니다. 다섯째,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는 심호흡을 하거나 신나게 웃거나 10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자면 좋습니다.    

    

하루 동안에 선택하고 결정하는 수많은 일들은 집행 기능의 과도한 사용으로 정신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주범입니다. 자기관리를 잘 함으로써 여러분의 소중한 정신 에너지를 가치있는 곳에 좀 더 많이 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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