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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방해요인을 제거해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까?

뇌과학적 집중력 향상법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익숙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늘 산만해지길 원합니다. 이런 특성은 원시시대 사냥을 할 때부터 생긴 생존 본능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 맹수가 튀어나와 공격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곤두 세우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면서 주변의 대상들을 살피다보니 그런 특성이 생긴 겁니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는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뇌의 산만한 특성을 이기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사람의 뇌는 수많은 뉴런들의 집합체입니다. 뉴런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가 자극 받으면 연결된 다른 뉴런들도 함께 흥분시키거나 억제시킵니다. 이런 활성화는 뉴런망을 통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메뚜기'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뉴런망이 활성화 됩니다. 이어서 방송인 유재석과 무한도전, 어린 시절 먹어봤던 메뚜기 튀김, 환경 오염으로 인해 메뚜기를 보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등이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어떤 대상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생각을 더욱 자극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그룹에게는 특정 대상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요청을 했고, 다른 그룹은 아무런 요청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특정 대상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는 요청을 한 그룹에서 그 대상을 생각하는 확률이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메뚜기에 대해 생각하지마세요.'라고 했을 때 이미 우리 뇌의 뉴런이 자극을 받아서 뉴런망이 활성화 되고, 관련 생각들이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정 대상을 생각하지 말라고 억압하는 것은 산만함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산만함을 줄이려면 불필요한 방해 요인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 뇌는 '산만하다'는 특성때문에 방해 요인을 발견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떤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집중력을 높이려면 공부에 방해가 되는 요인들을 찾아서 미리 없애는 것이 좋습니다. 눈을 자극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치우고, 귀를 자극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귀마개를 하며, 코를 자극하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코 밑에 아로마 향수를 살짝 바르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우리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최대한 빨리 새로운 것에 관심을 돌리고 싶어하는 뇌의 본능적인 충동을 자극하는 물건입니다. 전화, 메시지, 카메라, 이메일, 뉴스, 게임, SNS 등 스마트폰에 있는 다양한 앱들은 끊임 없이 새로운 활동에 정신이 팔리도록 만듭니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는 스마트폰의 전원을 꺼두거나 비행기 모드, 무음으로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나 미팅, 스터디를 할 때도 가능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도록 펜과 수첩만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산만함을 이기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명상'도 큰 도움이 됩니다. 런던대학의 연구팀은 명상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중력 테스트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일정 시간 동안 알림음이 몇 번이나 울리는 지를 체크하는 과제를 수행하게 한 뒤 집중도를 평가했습니다. 이런 재미없고 지루한 테스트를 수행하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좋은 진단 평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 명상에 익숙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집중력 유지 시간이 더 길었고, 명상하는 시간이 길수록 과제 수행 능력이 높았습니다. 명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눈을 감고 심호흡만 해도 집중력이 많이 향상될 겁니다.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는 산만함이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샌타바버라캠퍼스 연구팀은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색다른 용도법'이란 과제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유리병이나 빨대)을 주고 1시간 안에 그 물건의 사용법에 대해 최대한 많은 방법을 생각해서 적도록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색다른 용도법 과제 두 가지를 수행한 뒤에 네 그룹으로 나누어서 12분 동안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작업 기억을 활용해야 하는 어려운 인지 과제를 수행했고, 두 번째 그룹은 잡생각이 들 수 있는 쉬운 인지 과제를 수행했으며, 세 번째 그룹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고, 네 번째 그룹은 쉬는 시간을 아예 주지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참여자들은 다시 색다른 용도법 과제 네 가지를 수행했습니다. 두 가지는 쉬기 전의 과제와 같은 것이었고, 두 가지는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잡생각이 들 수 있는 쉬운 인지 과제를 수행했던 두 번째 그룹만이 쉬는 시간 전후로 주어진 색다른 용도법 과제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즉, 잡생각이 많을 수록 반복적인 색다른 용도법 과제에서 높은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네 그룹 모두 '새로운' 색다른 용도법 과제에서는 나아진 결과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잡생각이 새로운 과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진행 중인 과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창의적인 활동을 할 때나 머리가 아픈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는 그 문제와 관련이 없는 단순 인지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유롭게 잡생각이 떠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거나 어떤 일을 기획할 때도 자유로운 상상이나 공상이 아이디어를 샘솟게 만듭니다. 잡생각이 무조건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떨 때 잡생각이 나느냐가 중요합니다.      

집중해야 할 일을 앞두고 워밍업으로 하기 좋은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벽에 걸린 그림, 창가에 있는 화분, 창문 밖의 풍경 등의 다양한 색깔을 봅니다. 둘째, 의자에 앉아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책상 위를 정리하거나 화이트 보드를 닦습니다. 셋째, 음악을 들으며 악기 소리를 구분해 봅니다. 넷째,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에 특정 행동을 하는 사람이나 특정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을 표시하는 단순한 놀이를 합니다. 이런 활동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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