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현재와 한계는 무엇일까?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을까?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현재와 한계는 무엇일까?
‘크리스퍼(CRISPR)’란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다. 우리 말로 하면 ‘규칙적인 간격을 갖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단위 배열’이다. 이 크리스퍼를 사용해 DNA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가위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라고 부른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발견된지 이제 5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기술은 막강한 위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사의 조절이나 생체 내 염색체 이미징 등 기초 생물학 연구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은 물론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을 통한 체세포 유전자 치료, 자녀의 유전병을 막기 위한 배아 및 배우자세포 돌연변이 유전자 교정,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 식물 유전체 변형, 해충이나 침입종의 멸종과 멸종 동물의 복원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에이즈/AIDS를 일으키는 병원체), B형간염바이러스(HBV), C형간염바이러스(HCV),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은 치료와 관리가 어려워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중요한 인간 바이러스이다. 최근 이런 인간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체외에서 HIV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HIV는 생활사 동안 면역세포의 숙주 유전체로 통합되어 전사하지 않고 잠복한다. 이런 바이러스는 기억 T-세포와 같은 수명이 긴 세포에 머물기 때문에 강력한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사용해도 없애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유전체 편집 기술을 사용해 이 같은 HIV의 잠복성 감염에 대처할 두 가지 방법을 테스트하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바이러스의 게놈 서열을 표적하여 감염된 T-세포의 유전체로부터 통합된 HIV DNA를 영구 제거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HIV가 T-세포에 감염되는 데 필요한 보조 수용체인 케모카인수용체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변화시켜 HIV 저항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숙주세포로 HIV가 통합되는데 필요한 필수 유전자를 파괴할 때도 사용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HIV를 완벽하게 제거할 가능성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IV 프로바이러스(provirus, 숙주에 유전체 상태로 통합된 바이러스)가 진화함에 따라 표적 부위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난다는 점 때문에 실제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HIV 제거에 사용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바이러스 저항성의 등장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더 모색해야 한다.
2014년 8월 듀크 대학의 쿨렌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인간 유두종바이러스의 유전자 암호를 담고 있는 독성 E6와 E7을 표적하여 바이러스를 불활성화시켰다. 2015년 안후이 대학의 장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E7 유전자를 표적하여 E7 형질전환 각질형성세포에서 세포의 증식을 억제했고, 이후 세포자살을 유도하였다. 2017년 3월 베이징 군사과학연구소의 장 연구팀은 변형시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단순포진바이러스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수치가 감소했고, 혼합 바이러스 풀에서 바이러스 유전체를 선택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특이성이 나타났다. 2014년 8월 스탠포드 대학의 퀘이크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버킷림프종 환자의 세포를 표적해 암세포 생장률이 상당히 감소했으며 부수적으로 바이러스 수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이처럼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데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다. 장래에 인간 바이러스 뿐 아니라 동물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전염병이나 세계적 유행병을 퇴치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DNA 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전방욱/이상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