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6: 폭우 속 행군
국토지기: 우리의 길
에피소드 6: 폭우 속 행군
비는 새벽부터 내리고 있었다.
처음엔 가벼운 이슬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굵어졌고, 이내 천둥과 번개까지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
강민우는 텐트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텐트 천막 위로 빗방울이 끊임없이 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그는 침낭 속에서 몸을 움츠렸다. ‘이 비 속에서 걸어야 한다고?’
밖에서는 조원들이 하나둘씩 텐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서연의 목소리가 비바람 사이로 들려왔다.
“다들 우비 챙기고, 배낭 방수도 확인하세요! 오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민우는 한숨을 내쉬며 텐트 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비를 꺼내 걸쳤지만, 이미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길 위에는 진흙이 범벅이 되어 있었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이거 진짜 걸어야 돼?” 정하늘이 신발을 털며 툴툴거렸다.
“그럼 버스 타고 갈래?” 박태성이 웃으며 말했다. “이게 국토대장정의 묘미 아니겠냐.”
조원들은 반쯤 체념한 얼굴로 배낭을 조정하며 행진 준비를 했다.
비는 쉬지 않고 내렸고, 오늘 하루가 힘들 것이라는 건 모두가 예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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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이 시작되었다. 보라색과 연두색 우비를 뒤집어쓴 채 조원들은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 걸었다.
마치 텔레토비의 보라돌이와 뚜비가 분신술을 해서 국토순례에 나서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라면 활기차게 대화를 나누었을 조원들도 오늘만큼은 말수가 적었다.
비가 얼굴을 때리고, 바람이 불 때마다 우비가 몸에 들러붙어 불쾌감이 극에 달했다.
민우는 배낭을 고쳐 매며 앞을 보았다.
도로 옆으로 개울물이 넘쳐흘렀고, 길바닥엔 중간중간 물웅덩이가 생겨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이 푹푹 빠졌다. 그는 무심코 신발을 내려다봤다.
이미 양말까지 젖어 축축했다.
“이러다 발 썩는 거 아냐?” 유민준이 반쯤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우리 모두 발에 곰팡이 피겠지.” 최지우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의료팀원으로서 이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앞서가던 이서연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잠깐 멈춰!”
조원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로 앞쪽에는 비로 인해 도로 일부가 무너져 있었다.
흐르는 물이 급류를 이루며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길로는 못 가겠어.” 서연이 말했다. “우회해야 해.”
“그럼 산길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연은 지도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해.”
조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비를 맞으며 산길을 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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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들은 조심스럽게 산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평소보다 미끄러웠고, 작은 돌멩이들이 물에 떠밀려 내려가고 있었다.
민우는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발밑을 살폈다.
“발 조심해!” 태성이 뒤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한 조원이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괜찮아?”
조원들이 다가가 부축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넘어지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컸다.
비는 여전히 내렸고,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민우는 손을 짚으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발목이 휘청거릴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렸다.
“이게 무슨 고생이냐.”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저 앞쪽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들렸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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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들이 급히 달려갔다. 하늘이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친 것이었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어?” 지우가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하늘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걸을 수 있어.”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었다. 무릎을 다친 채 이 빗속에서 산을 내려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도와줄게.” 민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늘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그녀의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 부축하며 걸었다. 조원들은 힘을 합쳐 하늘을 안전하게 이끌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모두가 서로를 부축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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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이 지나고, 조원들은 산을 무사히 내려왔다.
발은 진흙투성이였고, 옷은 흠뻑 젖었지만,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다.
“해냈네.” 서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민우는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빗줄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그는 비를 맞으며 걷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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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7화 지리산 등반
“빗속에서의 행군을 끝낸 조원들. 그러나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그들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다. 무거운 피로 속에서, 국토대장정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감정들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전국 대학생 국토순례단 국토지기(Since 1999) http://www.kukt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