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작가 생각

by 뉴질남편

2013년의 한국은 2021년의 한국과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8년간 뉴질랜드를 경험하면서 이런 점은 한국이 뉴질랜드와 비슷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뉴질랜드의 강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이, 인종, 성별 그리고 과거에 상관없이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구조와 환경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


한국에 있을 때 교단의 수레바퀴를 돌리느라 삶이 참 고단했다. 학부 4년, 군대, 대학원, 어학연수 및 교회 봉사(감사하게 뉴질랜드 광림교회에서 1년의 교육전도사 경험이 지금의 내가 나 될 수 있는 첫 시작점이 되었다.), 허입, 준회원 그리고 정회원. 이런 와중에 친구들은 하나둘씩 시집 장가를 가면서 교단의 수레바퀴, 정해진 삶의 수레바퀴의 잘 돌아가는 톱니의 일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했다. 이런 탄탄대로 속에서 한 번은 정 1에서 2로 넘어가는 가운데 교회 은급비에 관한 이슈가 있었다. 은퇴 후에 연금을 주기 위해 교회 이름으로 교단에 납부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 비용을 납부해야 하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기에 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해서 내지 않았다. 교단의 논리는 개인이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내는 것이니 내야 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2-3명 있는 개척교회가 이름만 교회지 개인이 납부해야 하는 것은 모든 이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아무튼 제 때에 납부하지 않았다고 진급 누락을 받았다. 참고로, 감리교단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가장 큰 에너지원이 바로 이 “진급”이다.


공장에 자동차 찍어내듯 그다음 부품이 만들어져야 할 순서에 이물질이 들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고장 난 시스템처럼 얼마나 속이 상하고 분하던지 내 목회 경력에 큰 균열이 생긴 것 같았고 인생이 완전 수렁에 빠지는 듯한 충격적인 기분이었다.


잘하면 장인어른 교회도 물려받고, 얼굴 두껍고 정치 수완 괜찮으면 감리사도 감독도 할 수 있었지만 얼굴이 두껍지 못하고 양심에 털 난 것을 절대 견딜 수 없었기에 세습을 포기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왔다.


처음으로 달려가는 수레바퀴를 빠져나온 것이다. 나와보니 열심히 돌아가는 바퀴가 보인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바퀴의 모양도 보인다.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자존심 세우며 싸우는 사람들도 보인다. 막상 돌아가는 그 바퀴에서 나와보니 정 1이든 정 2든, 감리사든 감독이든 허입이든 정회원이든 별거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련 목 시험 떨어지면 조금 쪽팔리기는 하지만 별거 아니다. 시험 그까짓 거 떨어지면 슬프지만 다시 보면 된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감리사 선거 떨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지 그까짓 거 누가 해도 상관없는 것이다.


막상, 해외 살이 해보니 뒤늦게 공부해도 전혀 부끄러운 것도 아니며, 사업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시 또 시작하면 되는 것이며, 목회에 죽을 쒀도 주님이 나를 위해 죽으셨으니 다시 살아날 수 있으며,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레바퀴는 그저 조직을 돌리기 위한 수단일 뿐 나 자신을 정의할 수 없다. 나 자신이 수레바퀴보다 더 중요하다. 수레바퀴의 목적은 나와 내 이웃을 섬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에 그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괜히 그동안 붙어온 거, 투자한 거 아까워서 못 나오는데 사실 나오면 별거 아니다. 수레바퀴에 들어가 헌신하는 것은 나의 선택일 뿐 바퀴가 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40대 남자 목사들이여, 우리는 젊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눈치 보지 말고 힘을 내자. 바퀴는 그저 돌아가는 바퀴일 뿐 바퀴보다 내가 훨씬 중요하다. 바퀴에 눈치 보지 말고, 바퀴가 나에게 눈치를 보게 하는 삶을 살자. 하나님이 나를 지으신 그 멋대로, 자기 잘난 맛에 눈치 보지 말고,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는 범위 내에 꿈을 꾸며 살아가자.


아래 글을 읽는데 감정이입이 되어 막 갈겨쓴 느낌이 없지 않지만, 보장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는 나라와 교단이 한국이면 좋겠고, 감리교단이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50대가 되어도 다시 이 글을 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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