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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질남편 Jan 03. 2022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

아담과 하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아담과 하와, 아름답고 완벽한 삶의 환경인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후 어디에 거주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한다. 자갈밭을 걷는 맨발은 아프고 하와는 계속 아담에게 목마르다 다리 아프다 배고프다고 칭얼댄다. 아무 말 안 하는 아담, 계속 바가지 긁는 하와,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아직 어디에서 밤을 묵어야 할지 아담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야훼가 계신 에덴동산에 돌아가려고 했지만 불칼이 빙빙 도는 장면이 생각나 다시 고개를 흔들며 마음을 바로 잡는다.


그날 밤, 에덴동산 밖의 삶을 처음 경험한 아담과 하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기만 하다. 배는 고프고 잘못 발을 헛디뎌 발바닥이 까졌는데 에덴동산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통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밀려오는 경험에 둘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한참 정처 없이 길을 떠도는데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한 작은 동굴을 발견한다. 그곳으로 들어가기로 한 두 사람, 각자 앉을 만한 자리를 찾아 서로 떨어져 앉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갑자기 아담, 하와를 향한 원망의 마음이 든다. 아무래도 한마디 하지 않으면 도저히 마음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와에게 한마디 한다.


“그때, 당신이 싸돌아다니지만 않았어도 뱀을 안 만났을 텐데, 그리고 선악과를 먹으려면 혼자나 먹지 왜 나를 줘서 이 꼴을 만드는 건지~”


에덴동산에서 야훼께 변명할 당시 자기를 보호해야 할 유일한 남자요 남편인 아담이 찌질하게, ‘당신이 나에게 주신 저 여자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습니다.’라는 비겁한 아담의 모습을 생각하며 열 받아 마음이 꽁하던 하와 이 소리를 듣고 뚜껑이 열려버린다.


에덴동산에서는 쓰지 않았던 언어, 인간이 창조한 욕이라는 언어가 그때 최초로 하와의 입을 통해 나오기 시작한다.


“뭐 이 새끼야! 이 X만 한 새끼가 가만 보자 하니, 네가 그러고도 내 남편이냐! 니 뼈 중의 빼라며 살 중의 살이라 매! 이 개새끼가 어디서 나한테 떠밀고 지랄이야!”


새로운 언어를 들은 아담, 어안이 벙벙하다. 그래도 나름 에덴동산에서 첫 사람이요, 모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며 만물을 다스리는 권한을 야훼께 위임받아 존경받는 리더로 살았는데, 자기 몸에서 나온 완벽한 반쪽이 이런 새로운 말을 창조하여 자기에게 개새끼라는 호칭을 붙인 것에 굉장한 충격을 받고, 동굴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이러다가 영원히 나를 떠나는 건 아닌가 두려움에 휩싸인 하와, 아담을 붙잡으며 동굴 밖을 못 나가게 한다.


“아담, 내가 미쳤나 봐요. 용서해주세요. 나를 두고 어디 가지 마세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아담, 너무 화가 나서 같이 있다가는 폭력을 하와에게 휘두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하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동굴을 나와버린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들이 머리에서 돌고 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이런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가? 나는 무엇인가? 하와는 혼자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참 고민하는 가운데  정도면 그래도 하와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구석에서 혼자 울고 있는 하와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그렇게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에덴동산 밖에서 지낸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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