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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과 독점

작가 생각

by 뉴질남편

작은 이민사회이기 때문일까, 관계의 범위도 결국은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소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맺은 관계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 혹시 내가 힘들게 쌓아 올린 이 관계를 빼앗기지는 않을까라는 염려에 관계를 독점하려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내 속을 털어놓을 사람이 그 사람뿐이기에 때로는 오클랜드 밖 지방에 있어도 그 사람을 만나러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도 기꺼이 감수하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이도 그 사람뿐이기에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람들과 교제를 시작했다고 하면 내심 근심과 염려가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소중한 자녀는 나에게 하늘이 맡기신 것인데 내 것인 줄 알고 살다가 비로소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맡겨주신 선물임을 깨닫는 순간이 오기까지는 참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듯이 이민을 와서 새롭게 만난 관계 역시도 그저 이민이라는 삶 가운데 나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지 내 소유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시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도 없는 타국 땅에서 순수한 사랑의 마음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복된 일입니다. 영어의 도움, 정착의 도움, 새로운 관계를 소개받는 도움, 그런 도움들이 주춧돌이 되어 나 역시 거친 땅에 뿌리를 내리고 그늘을 만들어 새로운 이민자들이 쉬다갈 수 있는 그늘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받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계속 오는 도움을 정중히 거절하고 이제 스스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런 도움을 거절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 도움이 오는 관계에 의존하기 시작할 때 그 의존이 독점이라는 소유욕으로 변하게 될 위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받을 때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도움 없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반드시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독립하여 뿌리내려 건강히 살아가도록 도움을 의도적으로 주지 말아야 할 때도 필요합니다.



무엇이 정말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저 주저리주저리 한번 또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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