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다.
엄마가 될 준비:
01. 나 정말 임신한 거야?
어머님의 호박 꿈.
언니의 복숭아 꿈.
큰형님의 은반지 꿈.
당시 나는 계획임신 준비 중이긴 했지만 늘 증상 놀이에 임테기(임신테스트기)만 버리는 날이 많아
그 달은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달엔 주위에서 꾼 태몽들이 자꾸 마음에 걸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테기를 구입하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반.
‘또 한 줄이겠지’ 하는 포기반 상태에서 한 검사. 하지만 5분 후 늘 한 줄이었던 임테기에 선명하게 두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빨갛고 정확하게. 매번 한 줄만 봐서 이게 진짜가 맞는지 잘 못 나온 건 아닌지 보고 또 보고 재차 확인해봤지만 두줄은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땐 실감이 나지 않아 망부석처럼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임테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신랑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 퇴근길에 임테기 하나를 더 사 오라고 부탁을 했다. 적어도 임테기는 두 번은 해봐야 한다고 하기에 긴장된 마음으로 한 개 더 검사를 해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검사 역시 두줄이 쫙! 하고 정확하게 나타났다.
‘나 정말 임신한 거야..?’
말론 다 설명하지 못할 만큼의 기쁨과 설레임이 가슴속 깊이 물들어갔다. 하지만 그 묘한 감정 저편으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렵고 걱정 섞인 감정도 스멀스멀 세어 나오고 있었다.
다음날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 신랑과 산부인과로 향했다. 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도착해서 앉아있는데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긴장된 마음에 난 두 손을 가만히 두질 못하고 계속 조물닥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검사시간.
검사는 나를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TV에서 본 것 처럼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배 초음파를 하는 것이 아닌 의자에 앉아 질초음파를 검사 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낳아본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임신 초기엔 아기집이 잘 보이지 않아서 질초음파로 검사하는데 사실 난 이 검사가 뭔가 수치스러우면서도 너무 아파서 눈물까지 흘렸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아기집이 잘 자리 잡고 있네요. 4주정도 됐어요. 축하드립니다.'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와중에도 여자 선생님께 검사를 받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검사를 끝내고 돌아가려 하자 병원에선 나의 이름이 적힌 예쁜 산모수첩을 하나 주었다. 그 산모수첩을 받는데 기분이 뭐랄까... 마치 나라에 큰 일을 하고 받는 상장 같은 기분이랄까?? 아무튼 뭔가 든든하고 나 스스로가 소중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신랑 또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 표현은 잘 하지 않았지만 집으로 가는 길 아이의 태명도 지어주고 조심하라며 집에 가는 내내 엄나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내 뱃속의 작은 땅콩만 한 아기집. 난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혼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함께 엄습해오는 두려움들. 나는 사진을 보면서 혼잣말로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