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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케이 Dec 10. 2017

02. 가슴 벅찬 너의 심장소리.

임신 7주-9주


임신 7주

임신 초기에는 2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그래서 아기집을 확인하고 2주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도착하여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께서는 초음파를 검사하기 전 먼저 일전에 산전검사를 통해 나온 나의 결과지를 보시면서 그 결과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지금은 임신했으니 안되지만 출산 후 꼭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으라고 그리고 현재 갑상선 호르몬 수치도 높으니 내과에 가서 검사도 받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자궁에도 염증이 있다며 이 또한 주기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고 하셨다. 염증이 많으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뭐가 이렇게 많은지.. 그동안 내가 너무 내 몸 관리를 못했나..?

임신을 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이러다가 나 때문에 아이가 잘못되진 않을까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모든 게 조심스럽기만 한 상황들.
 
솔직히 검사하러 가기 전 신랑과 싸우고 스트레스까지 받은 상태에서 병원에 갔던터라 배까지 많이 뭉치고 딱딱해있던 상태였고 그래서 난 병원 가는 내내 혹시나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 임신 초기엔 모든 조심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정말 고맙게도.... 텅 비어있던 아기집엔 작은 무언가가 하나 생겨나 있었고 나는 그날 처음 아이의 심장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아이가 잘 있네요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과 함께 말이다.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난 그때 아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스트레스받지 않게 노력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신랑은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왔다. ‘툭’ 하고 식탁에 놓아둔 그 검은 봉지에선 상큼하고 달콤한 향이 풍겨져 나왔다.  평소 같으면 뭐냐고 물어봤을 테지만 싸운 후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상태.

그런데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강하게 느껴지는 향이 딸기라는 걸 말해주었다.





무뚝뚝한 성격의 신랑은 무심한 듯 옷을 갈아입곤 차가운 물에 작은 딸기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씻어서 쓰윽~ 하고 나에게 내밀었다. 빨갛게 변해버린 신랑의 손. 예전 같았으면 싸운 후 서로 냉랭 시간이 길었을 텐데 신랑의 차가워진 손이 나의 손에 닿는 순간. 느껴졌다. 신랑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

사실 우리 모두 아직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서로가 알게 모르게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차가워진 손이 알려주는 듯했다.




임신 9주

그날따라 하얀 눈이 내렸다. 엄마의 마음이라는 게 이런 걸까? 행여나 2주 동안 아이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병원을 향했다.



그런데 다행히 아이의 심장소리는 전 보다 더 건강하게 뛰고 있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그새 팔도 생기고 다리도 생기고 주먹을 딱 쥐고 있는 모습 또한 초음파를 통해 보이는데 너무 귀여워서 나는 몇 번이고 보고 또 봤는지 모르겠다. 산부인과 선생님께서도 아기가 잘 크고 있다며 귀엽다고 말씀해주셨다. 엄마가 되는 길. 결코 쉽진 않진만 정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자마자 또 한번 다짐하게 되었다.



아가, 지금처럼만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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