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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원인 Mar 07. 2017

청춘예찬

민.원.상.담.실









아이들과 찍은 단체사진 속에 유독 도드라진 얼굴이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패딩과 청바지를 입고 야구모자를 쓰고 있지만, 세월의 흔적들이 나이테처럼 얼굴과 손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열 살 배기들 틈바구니 안에서 그 얼굴은 생리적인 나이보다 십 년은 더 들어 보입니다. 바로 제 얼굴입니다. 


마흔을 넘기면서 세월에 가속이 붙습니다. 뭔가 부여잡지 않으면 엉덩방아를 찧을 것 같아 트렌드를 좇지만 그 모습이 더 애잔합니다. 젊음은 이것저것 치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3월 초에 소년체전 선발대회가 있었습니다. 지원한 아이들을 데리고 시합에 출전했습니다. 준비 시간도 짧았고 처음 있는 경험이라 모두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들 중 우승한 친구들도 있었고, 일 회전에서 탈락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제 시선은 우승보다 탈락한 이들에게 먼저 갑니다. 기대 안 한다고 했지만 분한 맘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힙니다. 삶이 새옹지마의 연속임을 모르는 젊음에게 아무리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도 쉬이 마음이 풀리지 않습니다. 


눈물은 굵고 빠르게 떨어집니다. 연륜만큼 눈가에 스미듯 느리게 차오르는 제 눈물과 비교됩니다. 위로하는 입장에 선 제가 눈물의 속도만큼 감정의 앙금도 빨리 털어내는 그들의 젊음이 부럽기만 합니다. 


밤늦게 전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이가 안 좋아 아무리 맛난 것도 그림의 떡이라며 헛헛한 웃음이 수화기에 차오릅니다. 


젊을 땐 돈 아까워 못 먹었는데 이젠 여유가 있어도 이가 안 좋아 먹을 수가 없네. 니들 젊음이 부럽다. 


부모님이 저희 내외의 젊음을 부러워합니다. 인생 칠십. 고속도로에 올라선 듯 빠르게 내달리는 그분들의 시간 앞에 저는 아직 느리고 여유 있는 청춘이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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