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이비 셋

고춧대를 뽑으며

쓸모없는 희나리로 만들지 않으려고

by 휴헌 간호윤

봄, 고추를 심었다. 고춧가루를 만들기 위한 고춧대의 시작이다.
시나브로 가을, 이제 고춧대를 뽑는다. 무서리를 맞기 전 익지 않은 푸른 고추를 붉게 익히기 위해서다. 쓸모없는 희나리로 만들지 않으려면 제 몸을 뿌리째 뽑혀야 한다.


고춧대는 이제 제 역할을 다했다.
뿌리가 뽑힘으로써 제 삶도 다한다. 제 몸에서 나온 고추들이 제대로 된 고춧가루를 만들기 위한 마지막 과정이다. 고춧대는 이제 제 몸의 영양분을 모두 고추에게 주고 말라죽을 것이다.



고추밭에 바람이 분다. 꾹꾸꾸궁 꾹구꾸궁 ㅡㅡ 어디선가 산비둘기가 자식이라도 부르나 보다.
"아범! 일 안 하다 하면 힘들어. 쉬었다 해. 허리 아퍼 -----"
내 어머니도 내 옆에서 마른 고춧대처럼 늙어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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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다본 하늘에 가을 햇볕이 따갑다.


문득, "쓸모없는 희나리로 만들지 않으려"


가을 햇볕은 물비늘이라도 뿌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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