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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09. 2021

사람다운 사람을 찾아서

사람다운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닌지

남이 나를 사람답다 해도 나는 기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 해도 나는 두렵지 않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 하고,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 하느니만 못해서다.(人人吾 吾不喜 人不人吾 吾不懼 不如其人人吾 而其不人不人吾)

 

이달충李達衷, 1309~1385<애오잠병서愛惡箴幷序>라는 글이다. 이달충은 고려 시대 유학자로 서슬이 퍼런 신돈에게 주색을 삼가라고 직언했다 파면을 당했던 이다.


맞다. 나에게 무조건 비난한다고 성낼 일도, 그 반대로 칭찬한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칭찬하면 기뻐할 일이고, 사람다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고 비난해도 기뻐할 일이다.


그 반대로 사람다운 사람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비난하면 나는 두려워할 일이고, 람다운 사람이 아닌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칭찬해도 두려워해야 한다.


이달충은 기뻐하거나 두려워함은, 마땅히 나를 사람이라 하고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하는 사람이, 사람다운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닌지 여하에 달려있을 뿐이다(喜與懼 當審其人吾 不人吾之人之 人不人如何耳)” 한다.


그러니 저 사람이 나를 칭찬하거나 비난한다고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 기쁨과 두려움은, 나를 사람답다 하고 나를 사람답지 못하다고 하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 잘 살핀 뒤에 느껴도 늦지 않다.

그러고 보니 공부의 길로 들어선 이후, 참 저러한 경우를 많이도 겪는다. 내가 만난 배웠다는 사람 중, '배운 사람다운 사람'을 헤아리니 다섯 손가락조차 남는다.(물론 내 인격이 성숙치 않아 배운 사람다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은 인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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