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부르는 고려속요
12장. 당기라 밀오라 정소년아
달님이와 돌이는 하룻밤이 전부였다. 벼락처럼 만나 번갯불이 쏘듯 한 이별이었다. 돌이와 곰이는 임연의 도방으로 다시 들어갔고 궁궐 출입을 하는 이들에게 들음들음으로 달님이 소식을 알 뿐이었다. 궁궐 출입은 임연의 신임을 얻은 자라야만 가능하였다.
하루는 곰이가 밖에 나갔다 들어오더니,
“돌이야! 내 오다 들었는데, 그 뭐라드라. 응! ‘송도가 망하려니까 불가사리가 나왔다’라는 노래를 얘들이 부르고 있더라. 넌 뭔 소린지 아니?”
“애들이! 뭐 그런 노래를 부르지. 거, 불가사리는 바다에 살면서 눈에 띄는 거라면 모조리 먹어치우는 놈이잖아. 그런데 이게 왜 송도에 나타났지? 송도가 망해?”
“글쎄, 막되 먹은 시상이니 그럴지도 모르지.”
“맞어. 뭔지는 모르지만 좋지 않은 뜻은 분명해 그지. 아마 누군가가 나라에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길한 징조로 이 노래를 지어낸 것일 거야.”
곰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무슨 흉한 일이라도 본 것처럼 어깨춤을 들어 올리고 찡그렸다.
“형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암. 이제 나도 그 정도는 알지.”
“맞아. 저들은 여전히 입만 열면 문자를 써대며 귀에 좋은 곱상한 말을 실타래처럼 풀어놓지. 대개는 흉악한 도적놈들의 꾀음꾀음이요, 무관들에게 잘 보이려는 눈비음에 지나지 않지만…하기야, 이냥저냥 지내기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없지.”
“돌아! 그래도 개중에 일부는 세상을 밝은 눈으로 보려는 이들도 있겠지.”
“헝 말대로 어찌 없겠어. 허나, 문장은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는지 모르나 눈 감고 들어 앉아 세상일을 잊는 것이 고작이니 눈은 있으되 눈망울이 없기는 도 긴 개 긴이야. 저들의 질탕한 노랫소리는 늘 무관들의 집에서, 궁궐에서, 소리개 날 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아오르니. …”
곰이가 돌이의 어깨를 툭 쳤다.
“돌아! 너 일연 시님에게 배운 값이 있구나. 시원하게 말 한번 잘한다.
“곰이 헝이야 말로 이제 세상 이치를 나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해야겠어. 남들이 들을까 무서워.”
임금과 신하 어울려 화려한 집에서 즐기는데
물시계 뚝뚝 떨어지고 달은 높이 솟았네
동이에 철철 넘는 술 모두 우리 것이니
잔치를 베풀어 손님들 마음 즐겁게 하네 <야심사(夜深詞)>
얼마나 지났을까? <야심사>란 노래가 들렸다. 저들은 밤새 놀던 연희가 끝날 즈음 이런 노래를 불렀다. 돌이나 곰이 같은 베저포를 입고 검은 두건에 네 가닥 띠를 두르는 자와 관에서 붉은 도포를 걸치고 두건에 두 가닥 띠를 두른 자들은 태생부터 달랐다. 일반 백정은 가난하고 그 풍속이 검소하기에 제대로 된 도포를 걸친다는 것은 어림 반 닷곱 없는 소리였다. 전쟁을 막 지난 터라 도포 하나의 값이 은 한 근이나 되었다. 그래, 백정들의 옷은 늘 퍼렇다. 항상 빨아서 다시 물들이는 탓에 색이 진해져서 푸르게 변한 것이었다.
경술(經術)이니 시무책(時務策)을 내리꿰고 들음들음이 넉넉하다 해도 일반 백정은 과거장에도 못 들어갔다. 사대문라건(四帶文羅巾)을 쓰고, 검은 명주 웃옷을 입고 복건에 검은 두 가닥 띠를 두르고 가죽신을 신은 진사의 옷자락이라도 볼라치면 눈을 내리깔고 피하는 게 상책인 세상이었다.
왕은 몽고군이 들어와 이 땅을 짓밟는 와중에도 과거에 급제한 이들에겐 용이나 학이 그려진 청개(靑蓋)를 쓰게 하고 하인과 말을 주어 성안에서 마음껏 취하여 놀도록 하였다. 저들은 궁궐에서 연일 찬치를 벌이고 저러한 노래를 부르며 호화로운 사치의 나날을 보내며
<풍입송(風入松)> 등과 같은 노래만 불렀다.
…
돌이는 어젯밤 한숨도 못 잤다. 오늘 궁궐에선 문무백관이 어울려 큰 연회를 여는데 임연의 호위대에 곰이와 돌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돌이와 곰이는 궁궐에 들어가기 위해 임연의 야별초가 되어 충성을 다하였다. 임연의 권력투쟁에 하수인임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힘없는 돌이와 곰이로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는 것도 알았다. 과거를 볼 신분도, 그렇다고 무인으로 출세할 그 무엇도 없었다. 혀가 되라면 혀가 되었고 눈이 되라면 눈이 되었다. 결국 임연은 곰이와 돌이를 신임하였고 가끔이지만 곁을 두었다.
“돌이야! 오늘 궁궐에 들어가면 달님이를 먼발치로나마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지. 잘하면 꽃님이도 볼지 몰라.”
곰이는 실없이 웃으면서 돌이에게 정답게 굴었다.
“글쎄, 그렇게 되면 좋으련만. 어디 그게 우리 뜻대로 될 일이야.”
연희장 주변은 경비가 엄하였고 그 호화롭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왕과 신하들은 대악사와 관현방에 금은・주옥・금수(錦繡)・나기(羅綺)・산호(珊瑚)・대모(玳瑁) 등으로 채색된 무대 누각을 세워 조화 장식으로 꾸며놓았다. 그 기묘하고 화려함은 열 입을 열어도 형용키 어려울 정도다. 그러고는 헌선도(獻仙桃)・포구락(抛毬樂)・수연장(壽延長)・오양선(五羊仙)・연화대(蓮花臺)・무고(舞鼓) 등 놀이가 이어졌다.
비단옷을 입고 말총모자를 쓴 ‘남장별대’의 춤도 이어졌다.
모두 달님이와 같은 여자 기생이었다.
아홉 명의 무기(舞妓) 가운데 여섯 명이 두 패로 갈라져 홍(紅), 남(藍)으로 차려입고 왕을 송축하는 육화대가무(六花隊歌舞)를 추자 곰이는 눈을 뗄 줄을 몰랐다.
“곰이 헝! 고만 보고 달님이 좀 찾아 봐.”
보다 못한 돌이가 한마디 하였다.
아침부터 시작된 연회는 한 나절을 지났지만 달님이는 보이지 않았다.
해거름이 되어서 수박희 놀이를 마지막으로 무인들 연희가 끝났고 문인들 차례가 되었다. 문인이라고 무인들과 다를 바 없었다. 기생을 옆에 끼고 온갖 수작을 붙이기는 무인들보다 더 했으면 더했다. 염소수염처럼 몇 가닥 수염을 배배 틀던 한 한림이 일어나 난장이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자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유원순의 문장, 이인로의 시, 이공로의 사륙변려문.
이규보와 진화의 쌍운으로 운자를 내어 빨리 써서 짓는 시. 유충기의 대책문, 민광균의 경서 뜻풀이, 김양경의 시와 부.
아, 과거 시험장에서 뽑아내는 광경, 그 장면이 어떻습니까.
(엽) 금의에 의하여 배출된 빼어난 문하생들.
아, 나를 좇아 몇 분입니까. <한림별곡> 1연
목소리에 선비다운 기품도 없었고 난장이춤도 꼴사나웠다. 이 노래는 여덟 연이나 이어졌다.
“돌이야! 이게 무슨 노래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응. <한림별곡>이라고 하는데, 나도 이런 노래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듣기는 처음이야. 들어보니 백성들은 아랑곳없이 오직 지배층의 풍류세월만 그대로 드러낸 노래네. 최고 문인들의 이름은 모조리 주워섬겼는데.”
“그 정도는 나도 안다. 아, 유원순(兪元淳)은 임금의 스승이요, 이인로(李仁老)는 우간의대부를 지냈고, 이공로(李公老)는 권력자 최충헌과 인척이요, 이규보(李奎報)는 고려 제일가는 문사 아니냐.”
“이규보도 최충헌의 총애를 받았지. 진화(陳澕)는 이규보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이로 역시 최충헌과 긴밀한 관계이고, 유충기(劉沖基)는 국자감대사성을 지낸 이며, 민광균(閔光鈞)은 권력가의 자손으로 경전해석에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였고, 김양경(金良鏡)은 평장사를 지낸 사람이지.”
“거. 이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금의(琴儀,1153~1230)라지. 아, 그 녹봉이 일 년에 자그마치 300석이나 받았다며. 우리 일반 백정들이야 일 년 농사지어 곡물 석 섬 건지기도 어려운데.”
곰이가 역정이 나는지 “퉤퉤”하면서 침 뱉는 시늉을 하였다.
“곰이 헝이 이제 나보다 더 잘 안다니까. 금의는 최충헌을 등에 업고 이 나라 문인들을 이끌었지. 하지만 노랫 속의 저 이들은 이 나라 이 땅의 사람이건만 우리네와는 다른 세상을 저 무인들 곁에서 아부하며 살았지. 저들에게 이 땅은 삶의 터전이라기보다는 한낱 놀이터인지도 몰라.”
2연, 3연을 부른 문인이 임연에게 술 한잔을 받고는 기쁨 가득한 얼굴로 제자리를 찾아가 앉자 그 옆의 키가 작달막하고 얼굴이 거무튀튀한 문인이 일어섰다.
황금주, 백자주, 송주, 예주
죽엽주, 이화주, 오가피주를
앵무잔, 호박잔에 가득 부어
아, 올리는 모습 그 장면이 어떠합니까?
(엽) 유영과 도잠 두 선옹의, 유영과 도잠 두 선옹의
아, 취한 모습 그 어떠합니까 <한림별곡> 4연
…
아양의 거문고, 문탁의 피리, 종무의 중금
대어향, 옥기향이 타는 쌍가얏고
김선의 비파, 종지의 해금, 설원의 장고로
아, 밤 새워 노는 모습, 그 장면이 어떠합니까?
(엽) 일지홍의 빗긴 피리 소리, 일지홍의 빗긴 피리 소리
아, 듣고서야 잠 들고 싶어라. <한림별곡> 6연
이렇게 고려 궁중은 술과 기생, 부도덕, 부조리가 만개하였다. 이미 왕도 신하도 없었다. 돌이는 감정이 격해져 도저히 서 있기조차 버거웠다. 돌이는 생각하였다.
‘저러니 백정들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원망을 받는 것 아닌가? 저들을 못 알아보는 내가 병이 들었거나 아니면 저들의 영혼에 병이 들었음이 분명해. 저들은 글을 하는 선비들이다. 일연 스님에게 들은 바로는 글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였다. 마음이 격해지면 글은 반드시 밖으로 나타나게 되어 막을 수 없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이 <한림별곡>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노래를 부르는 저 한림들은 이 고려국의 지배층이요, 정신적인 지주여야 한다.
금의와 그가 배출한 빼어난 문하생들 노래 속에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나 백정을 생각하는 마음이 티끌만큼도 없다. 노래에 나오는 인물 중, 유원순이라는 이가 강화 천도를 반대하고, 김인경이란 이는 몽고와 싸워 평장사까지 올랐으며, 이규보는 농민들을 생각하는 시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 뿐 아닌가.’
돌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데 곰이가 물었다.
“참, 돌이야! 거 저 사람들이 기로횐가 무언가를 만들었다며. 그게 뭔지 알어?”
“응, 나이가 많아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들이 만든 거라는데. 기로회(耆老會)나 후영회(后英會)라지. 무리를 지어 술과 시로 소일하는 모임이지 뭐.’
“참! 심하다. 심해.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지만, 우리네 백정들은 알몸을 갈옷으로 가리고 온종일 굽은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나무등걸밭을 갈고 따비를 일궈도 살림은 나아지지 않잖니. 천종의 곡식을 거두는 풍년이 들어도 모두 관청이 거두어 들여서 일부는 이 강화도 궁궐로, 일부는 저희들의 뱃속으로 쳐 넣어. 저들의 곳간에는 패물이 가득하고 집짐승에게도 쌀밥을 먹일 정도 아니냐.”
곰이의 말소리가 다시 커졌다. 누가 이 말이라도 들으면 무슨 변을 만날 지도 모른다. 돌이가 서둘러 말렸다.
“곰이 헝! 목소리가 너무 커. 남들이 들으면 어쩌려고.”
“들으면 들으라지 뭐. 또 그 중에, 일부는 절간의 중들 입으로 들어가고. 우리 같은 백정들은 생쥐 입가심할 것조차 없어 도토리나 줍고 풀뿌리를 캐먹다가 앙상하게 뼈와 살가죽만 남아 굶주림에 쓰러지는 데 말이다. 도대체 백정들의 삶을 아는 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그러자 우리와 함께 옆에서 보초를 서던 눅대조차 질겁하며,
“아! 이 사람도. 이즈막에 백정들의 삶이 저희 같은 줄 알고 ‘청주를 마시거나 쌀밥을 해먹지 말라’는 금령까지 내린 것을 모르나. 그래도 이런 말 밖으로 내지 말게나. 구렁이를 구렁이라고 하면 듣기 싫은 법일세. 잘못되면 요절나네. 알지. 홍두깨에 꽃필 날을 기다리는 게 낫지. 이거 원.”
하며 입맛을 다시고 서너 개의 이맛살을 찡그렸다. 눅대는 충청 사람으로 별 말이 없지만 생각은 바른 사내였다.
돌이는 숫백정들은 이렇듯 도탄에 빠져 신음하는데 과거에 합격하고 오부상서(五部尙書:오부는 개경을 동·서·남·북·중부, 다섯으로 나눈 행정구역이고 상서는 이·호·예·병·형·공, 육부의 으뜸벼슬이다)벼슬자리에 올라 제 인생에 군붓질을 더하려 권력 있는 무인들 앞에서 저러한 글이나 읊는다는 것이 이 나라 고려의 지식인이란 사실에 몸서리쳤다.
4,5,6연을 노래한 문인은 홍규에게 술잔을 받았다. 7연을 노래한 이가 또 술 한 잔을 얻어 자리를 찾자 고의춤을 간신히 여미며 관까지 벗은 한 문인이 일어서 8연을 불렀다.
당당당 당추자(오두나무) 조협나무(쥐엄나무)에
붉은 실로 붉은 그네를 매요이다
당기라 밀어라 정소년아!
위 내가 논 데 남갈까 두렵습니다
(엽) 옥을 깎은 듯이 보드라운 두 손길에 옥을 깎은 듯이 보드라운 두 손길에
아! 손을 잡고 함께 노는 장면이 어떠하겠습니까? <한림별곡> 8연
꽤 몸이 비대한데도 사내 목소리로는 듣기 불편하게 간드러졌다. 노랫가락은 부르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입을 통해 노랫말로 나온 소리이다. 느낌이 저렇고 생각이 저렇기에 저렇게 노래를 부른다. <한림별곡>의 마지막 연은 쾌락이 더욱 검질기게 따라붙었다. 고려 고샅고샅에서 백성들이 부른 생동감 있는 속요가 아니다. 이쯤 되면 글밥을 먹는 벼슬아치로서 실격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영판 실격일 뿐이다.
“당기라 밀어라 정소년아!”는 저 정소년이란 소년의 고환을 잡아당기고 밀며 보드라운 손길로 만져 준다는 욕정을 내휘두른 노랫말이다. 글자마다 사랑을 나누고 글줄마다 몸을 섞지만 남녀가 아닌 남남(男男) 간이다.
돌이는 문득 일연 스님과 있을 때 『예기』 「악기」 첫머리에서 본 “무릇 음악은 사람 마음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사물이 그렇게 만들었다.(凡音之起 由人心生也 人心之動 物使之然也)”라는 구절이 생각났다. 음악과 사람의 마음, 사물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겉볼안이 저러하거늘 그 속내를 본다면 식겁할 뿐이다. 저쯤 되면 비록 한골 나가는 높은 관리요, 그 어려운 글을 줄줄 외워 젖히고 여봐란 듯이 주옥같은 글을 쓴들, 글눈치 말눈치로 보아 인금이 시장판의 도매금이다. 글이 꼭 북두성처럼 삶의 좌표를 가리킬 필요는 없지만 배운 자들의 글은 글로서 진정성이 있고 노래 역시 그래야한다. 흰 종이에 떨어진 먹물방울이 아까운 문인들이었다.
곰이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였다.
“돌이야! 나는 저러한 노래를 부르지 않으련다. 문인이란 인두겁을 쓰고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나는 우리 엄니가 불렀고, 내가 부르고, 달님이가 부르는 속요를 부를 테야. 저것은 우리 백정의 노래가 아니야.”
“맞아, 헝! 우리가 부르는 노래는 사는 게 고단하여 웃음도 잃고 눈물도 마를 때 부르는 노래지. 저렇게 부귀 호사를 누리며 부르는 노래가 아니지.”
돌이는 곰이 이야기를 받으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고려의 폐단은 무인만이 아니다. 오히려 글을 배운 저 문인들도 그 못지않다. 저들은 글과 부귀와 권력을 이용하여 우리 백정들을 짓밟는다.
하지만 저들의 글도, 권력도 힘이 아니다. 백성을 괴롭히는 것이 어찌 힘이 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죽이 아저씨가 말하는 힘은 어디 있을까? 죽이 아저씨가 말하는 힘이 있기나 한 것일까?…’
궁궐 뒤로 저녁 안개가 피어올랐다.
“돌이! 돌이야! 저기, 저기 좀 봐.”
곰이의 다급한 소리였다.
달님이였다. 달님이는 <한림별곡>4,5,6연을 부른 가무잡잡한 문인의 곁에 앉았다. 거리 있었지만 한 눈에 달님이 얼굴은 핏기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였다.
“가만, 달님이 쟤 어디 아픈 것 아니니. 그렇지. 아휴 그런데 저 놈이. 이런 우라질. 안팎곱사등이 신세니.”
달님이는 몹시도 괴로워했지만 가무잡잡한 문인은 집요했다. 그러나 돌이와 곰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돌이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러고 아무 소리도 듣지 않으려 노래를 불렀다. 저들과는 다른, 달님이가 돌이를 안을 때 불러준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끈이야 끊어지리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