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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22. 2021

공, 개, 사과

주인에게 잘못이 있다.

참 귀접스럽다. 대한민국 야당의 대통령 후보자(일부)나 국민의 힘 국회의원들(일부, 경기도 국정감사에 보인 국힘 국회의원들 질의 행위는 도저히 국민의 대의기관이라 볼 수 없다. 초등학교 5학년도  저분들 보다는 나을 거라 단언한다. 내가 국어 선생이어서가 아니다. 내 시골 어른들이 한 잔 먹고 우겨대는 저나름 정치관보다 논리가 없다. 저런 수준의 언설로 국회의원이 된 게 참 의아하다. 저이들에게 백성들이 세금 모아 그 많은 월급을  준다는 게 너무나 아깝고 아깝다. )의 말에서  풍기는 개 고린내를 맡고 있자니 그 악취에 온몸에 두드러기까지 인.


그래, 개들의 대화를 엿들어 본다.     


우리 집 사람은 나에게 밥을 주고 똥도 치워 줘. 그러니 그 사람이 내 주인이야.”

우리 집 사람은 나에게 밥을 주고 똥도 치워 줘. 그러니 내가 그 사람 주인이야.”


물론 돼지들이 대화도 같은 결과다. 같은 상황이지만 해석이 이렇게 정 반대인 경우는 허다하다. 


또 썼어.”

수고했습니다. 참 부지런하군요.”


내가 책을 열 권쯤 써 갖다 드렸을 때 두 교수님의 반응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개 이야기만으로 좁혀 보자. 답은 저 위의 내가 그 사람 주인이야하는 개의 경우를 보면 된다. 개 주인은 밥을 챙기고 똥을 치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개 주인 입장에서 개를 키우는 데 이만한 수고쯤이야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받는 개는 그게 아니다. 편안히 앉아 받아먹고 아무 데나 똥을 싼다. 하루, 이틀 지나다 보니 아예 제가 주인 행세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잘못은 누가 한 것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개가 아닌 주인에게 잘못이 있다.



한 야당 대통령 후보자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들먹거리는 말과 성의 없는 사과, 제 나라가 치욕스러운 점령지였던 것조차도 모르는 역사관에 손바닥에 쓴 왕 자에 무속 논란, 이제는 더 입이 걸어져 대한민국 민주주의 원흉인 전두환까지 우상화시킨다. 그는 분명 백성을 섬겨야 할 공복(公僕: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으로, ‘공무원을 달리 이르는 말)인 공무원을 지냈고 또 공복이 되려 한다. 주인인 백성들이 공복과 그의 가족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어서다.


그러나, 그러나, 역접사를 몇 번은 더 써야 할 듯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저 개가 주인이 된 것처럼 주인이 공복을 섬기는 게 사실이다. 


저분의 발언을 보면 전두환 사과운운은 평소 그의 지론인 듯싶다. 물론 그의 주변엔 저런 분들이 꽤 패거리를 짓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공복이 이런 발언을 주인에게 할 수 없다.



그래, 이 시절에서 저 시절이 생각난다.


18세기, 연암 선생의 <민옹전>이란 소설이 있다.


누군가 해서海西에 황충(蝗蟲:백성들이 땀 흘려지은 벼를 갉아먹는 메뚜기)이 생겨 관가에서 황충 잡이를 독려한다고 말하자, 민옹은 곡식을 축내기로는 종로 네거리를 메운 ‘칠 척 장신의 황충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그것들을 잡고 싶어도 커다란 바가지가 없는 것이 한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민옹이 말하는 황충은 하는 일 없이 놀고먹으며 곤댓짓만 하는 양반들이니 이는 곧 황충보다 더 무서운 인충(人蟲)’에 대한 경고였다. 이 인충이 오늘날 저 개 이야기의 당사자들이다.


 연암 선생의 <양반전>이란 소설도 있다.
<양반전>은 ‘양반’이기에 ‘양반임’을 고민해야 했던 연암의 미묘한 감정선을 바짝 뒤쫓은 소설로 양반과 백성 사이의 유교적 역학관계가 잘 나타나 있다. 조선 후기에는 두 족속이 있었다. 한 부류는 양반인 ‘안하무인족’眼下無人族이고 또 한 부류는 백성인 ‘고립무원족’孤立無援族이다. <양반전>은 안하무인인 양반들의 세계를 꼬집는 격문으로 조선 후기 ‘양반의 초상’이다. 양반들은 여기서 ‘이 녀석의 양반 님네’라고 되알지게 쏘아붙여도 될 만한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해댄다. <양반전>은 이렇듯 ‘인간 불평등설’을 굳게 믿고 있는 저들에게 진지한 반성을 촉구하는 소설이요, 양반들의 등판에 식은땀깨나 흘리게 할 만한 소설이다. 이 안하무인족의 후예가 바로 이야기의 당사자들이다. 

연암으로부터 한 세기 지난 19세기 말, 이 땅에 온 이사벨라 버드 비숍(Bishop, Isabella Bird, 1832- 1904)한국과 그 이웃나라들(1898)에서 부조리한 양반(관리) 계층을 하층민의 피를 빨아먹는 면허받은 흡혈귀요, 하층민의 존재 이유는 흡혈귀에게 피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적바림 해놓았다. 이 흡혈귀가 바로 이야기의 당사자들이다. 


2021, 2003년 이래로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 불통, 부조리,---헬조선, 금수저,---갑질, n포 세대, 빨대족,---, 돼지, 흡혈귀, 황충, 인충, …, 급기야는 전두환 만세까지, 여기에 부패 언론의 개소리까지 방방곡곡을 휩쓸고 다니며 교미를 하여 사생아들을 생산한다.


안타깝게도 저때나 이때나 주객이 전도되어 백성을 개로 아는 저분들을 퍼다 버릴 큰 바가지가 없다. 그래,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코로나 정국의 2021년 대한민국, 공복이 주인 노릇하는 저분들에게 공, 개, 사과라도 받고 싶으나 말만 귀양 보낼 뿐이다.


오늘도 대한민국 백성들은 개의 밥을 챙기고 똥을 치우는 수고에 여념이 없다. 개가 아닌 주인에게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진동하는 고린내에 우리 백성들의 정신이 유폐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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