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이비 셋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헌 간호윤 Oct 22. 2021

“간 교수가 내 욕하고 다닌다며.”

휘청거리는 가을이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간 교수가 내 욕하고 다닌다며.”


어제, 술자리, 술이 확 깼다. 뒤늦게 술자리에 합류한 그분은 내 옆에 앉아 담담하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랬나 보다. 아니, 분명 어느 자리에선가 그랬다. 

 

내가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새내기 선생일 때도 나름 옳은 말이면 교감 선생님이든, 교장 선생님이든 간에 주저 없이 말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어느 사이에 남의 뒷 담화나 하고. 귀먹은 욕이나 해대는 소인배가 되어버렸다. 더욱이 그분은 나에게 잘해주신 분이요, 연령도 10여 세나 위다. 

 

돌아오는 길, 제 몸을 땅바닥에 뉘인 나뭇잎조차 밟는 게 부끄러워졌다. 

어제, 휘청거리는 가을이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오늘, 나는 이런 글을 그분에게 보냈다.

 

“선생님! 

이유여하를 불문코 죄송합니다. 선생님은 훌륭한 분입니다. 제 인금으로 선생님 함자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소인배 짓입니다. 다시금 죄송하다는 말씀 정중히 올립니다. 간호윤 배”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공원을 걸어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