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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Oct 23. 2021

너를 묶는 그물을 찢어라!

숨비소리!



너를 묶는 그물을 찢어라(決破羅網)!


“휴우~”


숨비소리! 사전에는 “해녀들이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라고 적어 놓았다. 이 소리는 물질을 하고 바다 위로 올라와 가쁜 숨을 내쉴 때 내는 소리로 해녀들의 힘겨운 삶을 상징한다.


살다 보면 저런 한숨은 아니지만 때론 긴 한숨을 토할 때가 있다.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보고 싶은데 못 보아서도 한숨이고, 듣고 싶은 데 못 들어서도 한숨이고. 암니옴니, 옴니암니, 따지고 따져보다 이래 한숨이고, 저래 한숨이고. 부질없어 한숨이고. 변변치 못해 한숨이고. 그중에 그대를 만나 한숨이고. 갈데없는 촌놈 잡이라 한숨이고.


두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책상 앞 조그만 창문을 화들짝 열어젖히고. 빼꼼 드러낸 회색빛 하늘. 넓디넓은 하늘에 비하여 낯간지러운 상판이 몹시 미워 밉고.


다시 세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어찌어찌 사는 세상 이래서 밉고 저래서 밉고, 저래서 밉고 이래서 밉고, 참 밉고도 밉고, 밉살스러워서도 밉고. 내친 미움이니 한 번 더 밉고.


다시 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모든 미움의 근원은 나이고. 내가 미워하여 미운 것이니, 미워하는 내가 밉고, 그래 내가 나를 미워하고 미워하여 또 밉고. 된장인지 간장인지 구별 못하는 내가 딱하여 밉고. 어리석고 눈치 없는 내가 또 밉고. 그런 네가 미움 직도 하련만, 밉지 않아 내가 또 밉고.  


깊게 다섯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늙은 등걸처럼 닮아가는 마른 손가락을 놀려 책상 앞 조그만 창문을 다시 왈칵 열어젖히니, 턱없이 분주한 세상. 냄새와 소리, 끼니때인가 보다. 차가 지나가나 보다.


다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휴우~”

“너를 묶는 그물을 찢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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