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일곱 계단》을 읽다가
야단스런 세상사가 참 끈질기게도 따라붙는다.
늘 책을 읽지만, 늘 책을 잘 읽는 것은 아닙니다. 책벌레가 되어 책에 빠지면 살아있는 글자가 보이지 않습니다. 책의 노예가 되어서입니다. 이쯤 되면 책벌레는 두서충(蠹書蟲)과 유사하지요. 강물 속의 물고기는 오히려 강을 볼 수 없습니다.
또 이곳에서 눈은 책을 보지만, 마음은 저곳에서 따로국밥인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독서에 즐거움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저 야단스런 세상사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멘델슨의 《인생의 일곱 계단》이란 책을 봅니다.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옵니다.
“평생 제인 오스틴은 선남선녀의 연애담이나 쓰는 진부한 여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불현듯 오스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이 돈 때문에 진심으로 원하는 뭔가를 잃는 걸 깨달았어요. 반대로 원하는 것을 가지고 지키려면 돈을 얻을 수 없고요. ‘아, 이 오스틴은 돈에 대해 쓴 작가구나. 그걸 왜 여태 몰랐을까!’ 했지요.”
에드워드 멘델슨이 책을 읽으면 “내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즐거움”이 있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생의 일곱 계단》서문에는 또 이렇게 썼더군요.
“소설에선 좋은 사람은 행복해지고 나쁜 사람은 불행해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주는 빠른 자가 이기고 싸움은 강한 자가 이긴다. 그래도 삶의 어떤 영역에서만은 소설의 결말이 진실이다. 좋은 사람들은 (책을 통해) 좀 더 차분하고 용감해지며, 불안과 질투를 극복하고 불의와 재난을 견딜 능력을 갖게 된다.”
오늘은 야단스런 세상사를 잠시 잊고 저러한 독서의 즐거움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추신: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추운 날 지금 밖에서 떠드는 여당도 야당도 언론도---나도, 말이 삼천포로 빠지는 듯하지만 돈 때문에 저러는 게 아닌가 싶다. "돈이 제갈량"이요, "돈만 있으면 멍첨지"란 속담도 있으니 말이다. 야단스런 세상사 끈질기게 따라붙고 가슴속에는 시비가 많다.
에드워드 멘델슨: 뉴욕에서 태어나 로체스터 대학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