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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책을 읽다 17화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읽고

‘너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의 네가 아니다’

by 휴헌 간호윤

사회에 부적응한 자, ‘아웃사이더’라 부르는 이들이다. 콜린 윌슨이 24세에 썼다는 『아웃사이더』(이성규 역, 범우사, 1974)를 다시 읽는다.


사르트르의 『구토』, 바리뷔스의 『지옥』, 카프카의 『이방인』, 로렌스의 『지혜의 일곱 기둥』, 헤세의 『황야의 이리』, 『이방인』,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 고호의 『북극의 회상』, 엘리엇의 『황무지』, ----무용가 니진스키에서 『장자』, 라마크리슈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재의 종횡무진 글쓰기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을 지은 콜린 윌슨은 16세에 학업을 중단하였다. 그는 비숙련 노동을 하고 19살에 가정을 꾸렸음에도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그가 말하는 아웃사이더의 근본 문제는 “일상의 세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이며 그 일상의 세계가 무언가 지루하고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데 있다.”(417쪽)라고 하였다. 그러고 답을 이렇게 말한다. “문제들은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외면하거나 가장하지 않고 그 자신의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418쪽)라고.


아웃사이더.jpg


결국 콜린 윌슨의 말은 모든 문제의 수원지(水源池)는 자기 자신이요, 해결 또한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일상의 세계에 대한 불만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렇기에 “아웃사이더나 모든 인간이나 그 목적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89쪽)라는 말도 꽤 설득력이 있다. 나아가 “인생을 되는 대로 사는 대신 ‘이렇게 살 것인가’에 관심을 가진 인간은 자연히 아웃사이더인 것이다.”(96쪽)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느낌(감각)과 생각(정신)만이 아닌 행동이다.


생각(정신·감정)과 행동, 로렌스는 ‘나는 감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신을 통한 통찰이다.’하였다. 콜린 윌슨은 고호에게서 ‘정신이 아닌 감정’을 찾아냈다. 그렇다면 행동인 육체는? 윌슨은 니진스키를 찾았다. 무용가 니진스키는 “나는 부동의 인간이 아니라 동적인 인간이다.”라 한다. 콜린 윌슨은 니진스키를 ‘나는 정신도 감정도 아닌 육체를 통한 통찰이다.’라는 문장에서 찾아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로렌스, 고호, 니진스키, 세 사람 모두 각자로서는 온전한 삶을 꾸리지 못하였다.)


콜린 윌슨은 느낌(감각)과 생각(정신), 행동, 이 셋이 온전해야만 진정한 아웃사이더로 이해한다. 그리고 그는 느낌(감각)을 중시하는 시보다는 생각(정신)과 인물의 행동을 중시하는 산문에서 아웃사이더의 모습을 읽었다.


그것은 “나는 만족을 찾기 위해서 모든 시를 읽었지만 만족을 얻을 수는 없었다. 내가 바랐던 것은 정신의 양식이었는데 내가 수집한 것은 정신의 과자거나 초콜릿, 오물리어에 지나지 않았다. 시를 단념한 나는 공상의 양식을 좇아서 산문을 찾아다녔으며 곳곳에서 명작을 찾아내어 거기에서 인류보다 위대하게 될 수 있기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한 극소수의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106쪽)라는 로렌스 말의 차용이다.


물론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 로렌스에게 한 어느 노 교사의 이러한 말이다. “자기가 제 스스로는 아니라네.(He is not himself)” 이 말은 ‘너는 네가 생각하는 대로의 네가 아니다’는 뜻이리라.


헤세는 『데미안』에서 ‘모든 인간의 일생은 자기에게 도달하는 길, 자기실현에의 길인 것’이라고 단언한다. 콜린 윌슨은 아웃사이드를 “그는 변종이 아니라 ‘낙관적이고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보다 민감한 인간”(158쪽)이라고 정의하였다. 헤세의 말이 인생의 정답이라면 우린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드가 된 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도 무방치 않을까.


남들이 비록 나를 아웃사이더라 조롱할지라도. 우리 모두 지향하는 삶에 아웃사이더의 삶이 아주 가깝기에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라고 여기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내가 정녕 나인지 톱아볼 일이다. 그래야 이 세상에 ‘유일한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엘리엇이 “커피 스푼으로 나는 인생을 재었다”라 하였다. 나 또한 한 됫박 깜냥으로 말들이 세상을 재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임: 생전에 법정 스님께서도 이 책을 꽤 귀히 여기셨다는데 읽고 무엇을 느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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