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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Apr 05. 2022

<시민작가 교실> 개강 첫날 대화

몇몇 분이 생각하는 대로 영 그른 사람이.

오늘 개강한 <시민작가 교실>, 2시간 수업이 10분 넘어 마쳤다. 전화벨이 5분전부터 울렸다.


“교수님! 어떤 분이 전화를 하셔서 소설과 관련 없는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학생도 아닌데 강압적이라고---이렇게 불만이 들어오기는 처음이에요. 그리고 제 시간에 맞춰 주세요.”

“그건 모든 수업을 마친 뒤 평가 시간에나 나올 말이지요. 오늘 겨우 첫 오리엔테이션 시간이에요. 난 내 강의를 합니다. 수업시간은 30분 앞 뒤로 설정해주세요. 내 말이 강의 주최 측에 맞지 않으면 폐강하셔도 좋습니다.”


도서관 직원분과 내가 한 말이다.(난 수업과 관련된 내용을 말했다. 단 한 구절도 잡담은 없었다.)


외부 강연을 하다 보면 가끔씩 있는 일이다. 나를 가르치러 온 건지, 아니면 강평을 하러 온 건지, 모르는 분들이 있다. 참 난감하다. <시민작가 교실>은 한 주에 2시간씩, 이론 12강 실기 12강, 총 24강이나 되는 긴 시간이다. 강의를 제안 받고 강의계획서를 만들 때부터 수업은 이미 시작되었다. 몇 번을 고쳐 계획서를 제출하고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다. 틈틈이 생각나면 메모도 잊지 않는다. 이렇게 두 어 달이 지나 강의 첫날이다.


‘어떤 분들이 수강을 할까? 어떤 인연이 만들어질까?’ 줌 수업이라 준비가 더 많다. 설렘으로 만나는 첫날, 일찌감치 일어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수업 시간을 맞는다. 수업은 10시 정각, 30분 전부터 강의를 열어 놓았다. 그러나 줌 수업에 들어오신 수강생은 35명 중, 겨우 열서너 분이다. 그나마 반도 넘는 분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市)에서 하는 문화강좌라 수강료는 없다.


《장자》 〈제물〉편을 읽는다.


옳은 것은 옳다 하고 可乎可

그른 것은 그르다 하지 不可乎不可

길은 가면서 이루어지니 道行之而成

사물은 불러서 그렇게 된다 物謂之而然.


저이들은 저이들이 옳고 나를 그르다 할 것이요, 나는  저이들이 그르고 내가 옳다 할 것이다.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되겠지. 선생이라 불러 선생이 되고 학생이라 불러 학생이 될 지는.


인연이 되어 가르치고 배우려 만났다. 오늘 몇몇 분과 나는 만나자마자 이연이 되었다. 그것도 몇몇 분에게 나는, 몇몇 분이 생각하는 대로 영 그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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