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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Sep 14. 2021

77강을 마치며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강의를 계속해야하지?’

2021년 9월 13일, 드디어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소명, 2020) 강의 동영상 77강을 모두 올려 놓았다. 겨울이 주춤거리던 2월에 한 플랫폼에서 메일을 받았다. ‘인문학 강의를 개설해 보시는 게 어떠시냐’고. 난 흔쾌히 동의하였다. 단 수강료는 1000원을 받으라고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강의, 그러나 내 뜻과는 달랐다. 불과 10강을 넘기지 못하는 분들이 태반이었다. 코로나 19가 끈질기게 매달리는 한 여름, 동영상을 촬영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 강의를 계속해야하지?’


‘모노산달로스(monosandalos)’라는 말이 생각났다. 모노(mono)는 ‘하나’, 산달로스(sandalos)는 ‘가죽신’이란 뜻이다. 풀이하자면 ‘가죽신을 한 짝만 신은 사람’ 쯤 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아손(Iason)’ 이야기이다. 이아손이 왕위를 강탈한 숙부를 찾아갈 때, 할머니로 변신한 헤라 여신을 업어 강을 건네주다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다. 이후 이아손의 여행은 잃어버린 신발 한 짝과 함께 한다. 이아손은 한 짝 신만을 신은 채, 그리스인들이 잃어버린 ‘그리스 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황금 양 모피를 되찾아온다. ‘황금 양 모피’는 그리스인들의 잃어버린 자존심이었다.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이란, 그래 ‘자신의 정체성 찾기’요, ‘자아로 여행’이다. 나에게 글쓰기와 책 읽기는 이와 유사하다. 나는 현실이란 ‘한 짝 신’만을 신고서, 허튼 모심듯 쓴 글이지만 글쓰기와 책 읽기를 통하여 ‘잃어버린 한 짝 신’을 찾으려 헤맨다.

물론 나는 어제와 그제가 그렇듯, 오늘도 못 찾겠지만 내일도 찾아 나설 것이다.


강의를 마치며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여러분들은 이 강의를 통하여 ‘잃어버린 한 짝 신’이 있는 곳은 알아냈는지요?” 그러고 이런 말도 하고싶다.


“진리는 하늘의 달.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달을 보는데 손가락을 거칠 필요가 없다.”

혜능 선사의 말이다. 이 책은 글쓰기와 글 읽기 책이로되, 손가락에 지나지 않음을 고백한다.


“책 보는 법이 책을 다 보앗스면 무슨 감상이 이서야만 인간이라 하는대, 여러분 이 책을 보고 감상이 엇더하오.” <춘향전>(오성사, 필사본) ‘후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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