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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Aug 13. 2019

나아지는 사람

어릴 때도 지금도 나는 늘 외로웠다.

남하고 마음을 나눌 수 없었던 계기는 부모형제 인것 같다.

부모님이 나를 대하는 방식은 늘 불안감을 줬다.

나보다 더 예민했던 오빠는 집안의 불안한 에너지를 나보다 더 많이 감지했을 것이다.

그리고 막내인 나는 오빠의 화풀이 대상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서로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서투른 사람들이었다.

나는 작년 일기장 첫 장에 '기필코 행복해 지겠다'라고 썼다. 

식구들 각자가 자처한 불행속에서 남의 탓만을 하며 자기 자신을 피해자라고 생각하는것에 휘말리기 싫었다.


피해자는 받은 피해만을 곱씹는다.

자기 자신의 과거보다 남의 과거에 대해서만 화를 내고 슬퍼하면 된다.

불쌍한 내 자신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것이 피해자의 방식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써 받아들여진 적이 없기에 늘 엄마를 도우며 눈치를 살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필요이상 밝게 행동하려고 애썼고, 다시 혼자가 되면 현실의 나와 대면하는 일이 버거웠다.


그 사이에서 이야기는 나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

이야기는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나는 여행을 하듯 이야기로 마음을 쉴 수 있었다.

이야기는 누구보다 내 마음을 도닥일 수 있고 심장을 힘차게 뛰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우리 가족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의 상태를 내 방식으로나마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었고 누구의 마음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너무나 자기만의 문제에 묶여 있어 다른 사람의 마음의 상태에는 관심을 쏟지 못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받아들이기 시작한 사람들만이 다른 사람의 열정과 감정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명상을 하며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는 날에는 가끔 웃고, 그 외에는 운다.

울며 '더 이상 외롭고 싶지 않아' 라는 생각만을 반복한다.

혼자 있는 외로움이든, 사람들 속에 있는 외로움이든간에.


그리고 간절히 생각한다.

단 한사람이라도 좋으니 제대로 마음을 주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내가 제대로 명상하고 있다는 확신을 경험하고 싶다고,

단 하나의 이야기라도 좋으니 살아 숨쉬는 생생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나아지고 있다.

스스로의 상처를 핥으며 치료되어가고 있다.

나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로 나를 가두어 벽을 만들어 쌓는 행동을 더 이상은 하지 않겠다고

어린 나와 약속했다.


그 약속은 시간을 초월해 책상 밑에 웅크리던 작은 나에게까지 가 닿는다.

그 꼬마가 고개를 조금만 들면 지금 서른 여덟의 내가 그 아이의 곁에 앉을 것이다.

머리를 쓸어주고 안아주고 말해줄 것이다.

너는 괜찮다고, 너는 앞으로 자유로울 거라고, 너는 전혀 보잘것 없지 않다고.

애쓸 필요 없다고, 내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달라고.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한다고.

그리고 너를 너무 너무 사랑한다고.


견뎌줘서 고맙고, 내버려둬서 미안했다고. 그런 나를 용서해 달라고.

아마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내 자신을 바라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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