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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Aug 20. 2019

조만간 물에 뜨기 위해서

수영을 시작한지 이제 2주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낯설었던 샤워실과, 수심 0.8미터 초보자용 수영장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여전히 코로 귀로 물이 들어가 머리가 아프지만 신기하게도 어릴때처럼 몸에 물이 들어가는게 겁나지 않는다.


수영시간은 꽤 빨리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전광판의 시계를 확인하게 된다.


수영은 예상대로 발레와는 또 다른 근육과 호흡법을 쓰고 있었다.

그 호흡은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겁을 내면 바로 얼굴의 구멍들로 물이 들어오는 본능적인 호흡법이다.

그러니 다른 생각은 허용할 수 없다.

현재에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명상하고 비슷하다.

키판을 껴안고 등에는 거북이-허리띠처럼 매는 스티로폼 판-를 매고,  굽혔던 몸을 쭈욱 펴며 물로 나아간다.


그 순간부터 귀에는 오롱오롱하는 물속의 소리와, 온 몸으로 물의 감각이 느껴진다.




나같은 날초보자에게는 호흡도 육성을 내어가면서 해야 물을 덜 마실 수 있다.

으으으음 파아! 으으음 파! 으음 파! 켁켁.

호흡은 점점 빨라지고 내 몸은 앞으로 똑바로 가지 못하고 늘 오른쪽으로 기울어진다.

오늘도 코로 자주 물을 마셨다.


수영이 끝나면 강사님을 포함한 여덟 명이 물에 둥글게 서서 손을 맞잡고 화이팅! 을 외치며 마무리 한다.

왼손에 마주잡은 강사님의 털이 소복하고 통통한 손.





샤워하러 가는길에 수심 1.2미터의 일반 풀을 구경한다.

초보자들보다 알록달록하고 과감한 수영복(최대한 몸에 붙고 얇고 몸을 드러내는 수영복)을 입은 중급자들이

물개처럼 수영을 하며 물을 멋지게 가르며 지나간다.


초보자들은 최대한 튀지 않을 어두운 색을 선호하다가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있는 수영복을 입기 시작한다는 점이 발레랑 비슷하다.

발레도 재즈댄스도 춤이 늘면서 좀더 몸을 노출한다.

물론 자신감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아무도 내 몸을 뜯어보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몸의 단점에 신경쓰느라 남의 몸이나 차림새에는 깊은 관심은 없다.

그리고 몸을 드러내거나 밀착되는 옷을 입어야 내 몸의 근육 모양과 변화를 자세히 관찰할수가 있다.



3개월쯤 지나면 밝은색 수영복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입은 까만 수영복은 다 좋은데 인터넷으로 급히 사다보니 좀 작다.

수영장에 입장하기 전 샤워를 하고 매번 이 작은 수영복을 입거나 벗으려고 낑낑거린다.

그러다보니 오늘은 뒤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같이 끌어올려주시기까지 했었다.


좁고 와글와글한 샤워실에는 다양한 몸집과 키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들이 활기차게 몸을 씻는다.

나도 그 틈에 끼여 얼른 씻고 대강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고 물을 한컵 가득 마신다.

그리고 젖은 머리를 손가락으로 털어 말리며 건물을 나오면 머리위로 흰 구름과 파아란 여름하늘이 펼쳐져 있다. 초록나무들은 햇빛에 빛나고 매미들은 여름답게 힘차게 운다.




수영은 어쩐지 하러 갈 때보다 하고 나오는 때가 더 행복한 것 같다.

언젠가는 정말 물에 뜰 수 있을것만 같다.

옆으로 숨을 쉬며 자유영을 할 수 있을것만 같다.




느리지만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들이 하나 하나 지워져가고 있다.

빨아널은 수영복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을 보며 빨랫대 옆에 앉아 하늘을 보며 그런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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