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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Nov 26. 2019

스페인식 감자 오믈렛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매일 아침 설레면서 걷게 하는 원동력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침밥.

보통 걸은지 두세시간쯤 지나서 아홉시쯤 아침을 먹게 되는데 그 즈음 보이는 적당한 바Bar에 들어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침식사는 스페인식 감자오믈렛인 또르티야 데 파타타스에 곁들여 진한 커피를 내려 우유에 섞어주는 카페 콘레체의 조합이었다.

아침 9시까지 머릿속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각이 카페콘레체!! 또르티야!!!! 였다.

중후반부터는 걸음에 익숙해지면서 점점 잡생각이 사라지고 먹을것/잠잘것/내일계획만이 남아 더욱 그랬다.



스페인 바에만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아침을 깨우는 신선한 커피향에, 고소한 빵과 오믈렛 냄새.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아침 얼굴을 보는것도 좋았다.


내가 가본 바에는 기본적으로 한 명이 모든걸 다 하셨다.

커피를 내리고 오믈렛을 구워두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했다.

그런데도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고 늘 여유로운 모습이 나를 안심시켰다.











물론 안 좋은 기억도 있었다.


한 카페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손님이 몰려서 내 잔돈 주는걸 잊은것 같았다.

나는 다른 손님들이 갈때까지 기다렸다가 주인 남자에게 내 잔돈을 요구했다.

그러자 갑자기 큰소리로 뭐라 화를 내는통에 깜짝 놀랐다.

스페인어라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수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메뉴판과 내가 먹은걸 아무리 계산해도 2.6유로에 나는 3유로를 냈는데.

말을 못하니 뭐라 따지지도 못하고 그냥 씩씩대며 나왔다.

걷는데 괜히 서러웠었다.

화가나서 씩씩대서 걸었더니 한시간동안 놀랍도록 빠르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또 한번은 중년 아저씨가 하는 바에서 또르티야를 시켰다.

커피는 너무 맛있었지만 또르티야를 몇 입 먹다보니 어째 오늘 만든것같지 않은 맛이 났다.

자세히 살펴보니 푸른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아저씨에게 가져가 보여주니 곰팡이가 아니라 특별한 치즈라 그런거란다.

내가 모르는 특별한 치즈라서...-_-

그렇다고 하는데 어쩔수가 있나. 

음식 안 남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반항이 그대로 음식을 남기는 것뿐이었다.

그대로 커피만 비우고 계산하고 나왔었다.









하지만 이 두 경우를 빼고는 모두들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어서 행복했다.

BAR 글자가 보이면 몸을 충전해야겠다! 하고 신나는 마음이 들었었다.

내가 제일 먼저 배운 스페인말이 '우나 카페콘레체, 우나 또르티야 포르빠보르' 였을 정도니까.

카운터 자리에 앉아 주인언니가 착착 내리는 카페콘레체를 멍하니 바라보는것도 좋았다.







지금은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 가끔 먹는다.

아침에 먹은 기억때문인지 일어나자마자 만들어 따뜻하게 먹는 감자오믈렛이 최고다.

양파 감자를 얇게 썰어 올리브유에 볶다가 건지고 풀어둔 달걀물에 소금 후추를 넣어 섞는다.

그리고 오목한 팬에 한번 휘휘 저어 익히고, 접시를 받쳐 반대쪽도 약한불로 익히면 끝.


간단하지만 포근하고 따뜻해 마음까지 채워주던 또르티야 데 파타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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