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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Jan 15. 2020

새해의 소소한 평일

설날 빠지는 주말 발레를 보강하느라고 월요일에 발레를 다녀왔다.

평일 저녁 선생님은 처음 뵙는거라 나도 모르게 쑥쓰러워졌다.

선생님은 싹싹하고 활기찬 사람이어서 농담도 많이 하시고 분위기가 좋았다.

수업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윤님' 하고 부르시기에 깜짝 놀랐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회원들의 이름도 순식간에 외우신듯 했다.



"머리에 U핀이 솟아있는데, 일부러 그러신건가요?"

라고 수업중간에 나에게 말씀하셔서 다들 웃었다.

나도 웃었지만 이렇게 주목받을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수업초반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의도한 모양일지도 모를거라 생각해서 망설이셨단다.

거울을 보며 만져보니 정말 정수리에 U핀이 반이나 불쑥 솟아있다.

발레머리를 꽉 고정시키다보니 학원에 올 때 핀이 풀렸나보다.

여튼 수업은 즐거웠고, 짜 주신 발레센터 순서도 마음에 쏙 들었다.

끝나고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정윤님, 오늘은 보강이지만 다음기회에 또 뵈어요!"

하고 사람좋게 인사해주시는 선생님께 

나는 "네!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감사해요!" 라고 크게 말하고 싶어한다.

그건 목소리도 작고 낯도 많이 가리는 내게는 너무 큰 도전이지만.



어릴 때 나는 남 앞에서 주목받고 시선 받는걸 거의 공포스러워할정도로 어려워했다.

지금은 놀라울정도로 많이 나아졌는데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젊은 여자 회원분들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앞줄에 나와서 발레하는걸 극도로 꺼리고 지목이라도 받으면 어쩔 줄 몰라한다.


그 모습들을 보고 내 과거를 떠올리며, 나이가 들며 조금씩 의연해진다는것에 감사한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이젠 차분히 말하고 웃을수 있는 내 모습에 감사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지겠지.














오늘 수영하다가 같은반 아주머니에게서 정통으로 얼굴을 맞았다.

맞은편 사람하고 교차할때는 양팔접영을 한팔접영으로 바꾸는게 기본인데 그분이 나를 못 보셨나.

손과 팔의힘이 어찌나 세신지 정말 별이 번쩍 하며 순간 오른쪽눈이 빠지는줄 알았다.

눈을 부여잡고, 당황한 그분이 횡설수설 늘어놓는 여러가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비로소 사과를 하셨다.

자기가 잘못한게 맞고 자기가 못 본게 맞다면서.(당연한거 아닌가요)

웬만하면 바로 괜찮다고 하려 했는데 정말 아팠다.

3분쯤 지나 겨우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젠 누구 칠까봐 무서워서 수영 못하시겠단다.

수경때문에 다행히 눈을 다치진 않았고 아마 눈주위에 멍이 들 것 같다.

수영이 이렇게 과격한 운동이었나.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수영하는데 다른 여사님께서 나보고 수영하는 모습이 인어처럼 매끄럽다고 하셨다.

눈이 얼얼한 와중에도 칭찬에 기분이 좋아 웃는 나라는 사람.













치과 진료대에 누워 의사선생님을 기다리는 2,3분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내 치아 엑스레이(코와 턱부분의 뼈 모양이 자세히 찍혀있다)를 자세히 보는 기분은 항상 묘하다.

그리고 기가막히게 90도로 누워있는 양 턱의 사랑니 두개.

의사 선생님은 아무래도 뿌리가 신경을 건드리니 뽑는게 낫겠다고 큰병원을 추천해 주셨다.

스무살에 처음 본 누운 매복 사랑니를 미뤄온지도 어언 19년.

이제 큰 산을 넘을 때가 왔나보다.

그전에 결심할 시간이 좀 필요해서 우선은 보류하고 집으로 왔다.

봄에는 사랑니 상담받으러 가야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 결심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조차 알람이 울리면 우선 알람을 끄고 다시 누워 천정을 올려다본다.

심호흡을 하고 기지개를 하고 아침기도를 짧게 하고 하루를 시작할 결심을 한다.

그 5분의 마음이 하루를 결정짓는다.


그리고 1월도 그렇게 보내고 싶다. 

올해를 결정지을 수 있도록 조용히 맡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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