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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Jan 20. 2020

있는 그대로의 나로

신년들어 두번이나 크게 앓았다.

한번은 감기였고 한번은 4일 전에. 이유없이 처음으로 입술 포진이 부풀어올랐다.

참다못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도 이렇게 붓는경우는 흔치않다며 신기해 하셨다.

약물로도 부종이 가라앉지 않으면 큰병원에서 검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하셨다.

그런데 다행히 병원 약을 먹으니 붓기가 거의 가라앉았다.

통증이 많이 줄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그와 동시에 무기력한 마음에 기력이 조금씩 돌았다.

먼저 스트레칭부터 했다. 

식욕은 아플때도 줄지 않았으니 식사는 꼬박꼬박 한다.




저번주에 6개월만에 처음으로 아침수영을 두 번이나 결석했다.

전화영어도 취소하고 오늘 있던 발레와 저번주에 잡았던 약속도 취소했다.

왼쪽 입술의 욱씬거림을 느끼며 누워있는데 불안이 찾아왔다.

결석과 루틴강박이 있는 나에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 새해부터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되는거야?

이렇게 약해가지고 이 험한 세상에서 네가 뭘 하겠니?

책이라도 읽고 다 나으면 실행할 계획이라도 쓰지 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몸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한거야?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지쳤다.

반드시 뭘 해야만 나 자신에게 인정받기 지쳤다.

내가 정한 계획을 다 해내야지만 스스로 칭찬해주는 야박한 나 자신이 미웠다.

그러면서도 뭐 하나 뚜렷한 결과나 벌이를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탔했다.

아무리 노력했어도 버젓한 결과가 없으니 실망하거나 슬퍼하는것도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뭔가를 해내야만 자존감이 강해지는거야?

편안히 하루를 보낼 수는 없는거야?

대체 나는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안간힘을 쓰는거야?

다른사람의 인정이나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그렇게나 중요한거야?

어째서 자세한 사정도 모르면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질투하는거야?






완전히 몸이 나으면 또다시 나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또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가끔 형편없는 글과 그림을 만들어낸대도

설사 건강하지 못해도

나만은 나를 지지하고 이해하고 사랑으로 쓰다듬어야 한다.




나는 살아있다.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나는 나를 판단할 권리가 없다.

나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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