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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Feb 11. 2020

힘을 빼고 신뢰한다는 것

자려고 누우면 우선 몸에 힘부터 뺀다.

종일 긴장하고 버틴 내 몸의 구석구석을 점검하며 소등을 한다.

먼저 두 발과 다리, 발가락.

그 다음은 두 팔과 손가락.

제일 어려운건 목과 머리에 힘을 빼는 일이다.

정말 힘이 빠졌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때에는 오히려 있는 힘껏 잔뜩 긴장시킨다음 

숨과 함께 턱 내려놓는다.

최근에는 이 일이 마치 침대에 안기는 것 같이 느껴진다.

침대과 밤과 무의식에 안겨 쉬는 것 같이 느껴진다.


오쇼는 '다리가 통나무가 되어 떼구르르 떨어져나가듯,

마치 내 일부가 아닌듯 느껴질 만큼' 힘을 빼라고 했다.

생각보다 긴장은 미세하고 촘촘하게 신경을 붙잡고 있다.

그만큼 나를 지키려는 작용이겠지만 잠들때에는 긴장을 풀지못하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몸이 완전히 긴장을 풀 때 꿈으로 갈 수있는 길이 보인다.

어젯밤 그 어렴풋한 의식속에서 이티가 떠올랐다.




예전 남자친구가 키우던 이티라는강아지가 있었다.

분홍 혓바닥 빼고 귀끝부터 꼬리까지 온통 새까만 페키니즈.

전남자친구는 일하다가 누군가가 유기한 이티를 데려와서 정성껏 보살폈다.

자연히 나도 이티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었던 시기가 있었다.



내가 그 검은 강아지에게 배운 가장 큰 점이 힘을 빼고 믿는 일이었다.

그 강아지는 그가 안아 올릴 때는 물론 내가 안아 올릴 때에도 몸에 힘을 뺐다.

사람에게 안기자마자 믿는것이다.

자신을 떨어뜨리거나 해치지 않는다는걸 아마 경험으로 알았던 것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티만큼 사람을 신뢰하는 강아지는 보지 못했다.



이티가 병으로 하반신 마비가 왔을 때에도 안아서 방이나 소파에 옮겨줄 때에 그 편안한 표정을 잊지 못한다.

작은 몸이었지만 나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진 강아지였다.

나를 100퍼센트 믿고 힘을 빼는 존재를 느낄 때 나는 나를 인식한다.

이티는 그 태도를 가르쳐 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힘을 뺄 수 있으면 좋겠다.

기쁜건 적어도 나 자신과 있을때는 더이상 스스로를 긴장시키거나 압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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