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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나 Mar 19. 2020

들린다고 말할수 있는게 아니었어

"영어실력은 내가 감당한 쪽팔림의 총합이다"

이 말을 오늘 유튜브에서 보고 브라끈을 탁 치며 공감했다.



매주 일주일에 세번씩 전화영어를 시작한지도 벌써 7개월이 넘었다.

본격적으로 전화영어를 시작한 작년 이전에도 매일은 아니었지만 생각날때마다 영어공부를 해왔었다.

그 전에는 머릿속에 영어문장+표현 집어넣기, 약간 들리는것 같은 영어 반복 듣기만 했었다.

일상회화들을 적어두고 생각날때마다 반복해서 문장을 따라했었다. 손짓까지 해가면서.

어느날은 2주동안 테드 강연을 필사하고 억양까지 그대로 외워보기도 하고 반복해서 말해보기도 했었고

모르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으면 적어두고 틈틈히 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전화영어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내 언어'를 말해본 적은 없었다.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따라한것 뿐이니 내 몸의 영어출력률은 0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영어를 꽤 잘 하는줄 착각하고 있었다.

몇년동안 틈나는대로 공부했기에 적어도 초보는 아니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전화영어를 시작하는 날  나는 기초적인 문장조차 말로 꺼내지못하고 더듬대다가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튜터)도 당황했지만 제일 충격받은건 바로 나였다.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대화할때의 나는 유치원생처럼 말한다.

내가 배운언어라고 해서 말할수있는 언어란 뜻은 절대 아니라는걸 이제는 깨달았다.

생소한 문장을 100번은 반복해서 머릿속에 넣고나서, 틈틈이 무의식에 각인시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걸.


그래서 아직도 복습영상을 볼때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한다.

지금까지 한번에 복습영상을 재생한적이 없다. 

물론 필기를 할 시간도 필요하지만 감정이 쉬는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다 틀리며 엉망으로 더듬거리는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게 너무 힘들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본다.

같은 실수를 세번이상 반복할때는 나를 미워하지않기위해 심호흡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발전하고 있다.

쪽팔림의 총합이 꾸준히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덜 쪽팔리기 위해 요즘은 혼잣말도 한다.










스스로를 판단하는 습관은 정신을 좀먹고 남과 나를 동시에 피곤하게 한다.

그걸 알면서도 여전히 그 오랜 습관을 내려놓기가 너무너무 어렵다.

튜터들과 전화영어를 끝내고나서 나는 어쩔줄 몰라하는 시간을 약 30분간 갖는다.

내 의지가 아니라 나도 어쩔수가 없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한것 같고, 능청을 떤것 같고, 오바한것 같고

웃음으로 계속 얼버부린것 같고, 괜한걸 물어본것 같고, 지루하게 한것 같고, 

너무 바보같고 너무 민망하고 그 감정을 어찌하지 못해 추스리려고 끙끙거리다 일상으로 돌아온다.




늘 타인에게 열등감을 가지던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감정이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것 같이 느껴질때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것 같아 슬퍼진다.



여전히 나는 타인에게, 남자에게, 서양인에게 열등감이 있다.

그걸 인정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만든 이 껍데기를 부수고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나와 남을 지켜봐야 한다.

나쁜것도, 좋은것도, 하등한것도, 우월한것도, 어떤 선입견도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려면

이 눈과 몸으로 모든것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한켠에 모든 걸 경험하고 이루고 싶은 내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내가 있다.

그보다 더 많은 내가 있겠지만 우선은 그 둘을 합치는게 지금의 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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